삼성전기가 글로벌 빅테크와 5000억원 안팎의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 계약을 조율하는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또 AI 반도체에 들어갈 차세대 부품인 유리기판을 조만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번주 일본 스미토모화학과 유리기판 합작법인(JV) 출범을 위한 정식 계약을 맺는다. 삼성전기가 MLCC부터 반도체 기판까지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에 MLCC 수주
이날 이날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미국 빅테크와 500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센터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회사가 계약 상대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MLCC는 전자 제품 속에서 ‘댐’ 역할을 한다. 기기 곳곳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한다. 특히 AI 서버에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가 대거 장착되며 전력의 중요성이 커졌고 동시에 MLCC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스마트폰에는 통상 1000~1300개 MLCC가 들어가는데 AI 서버에는 대당 1만5000~2만5000개가 장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서버용 MLCC는 스마트폰용에 비해 단가가 세 배 이상 비싸다. 업계에서 ‘AI업계의 황금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5000억원대 공급 계약은 삼성전기에서 MLCC 사업을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의 지난해 매출(5조1985억원)의 10% 수준이다.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계약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AI 투자를 늘리면서 MLCC 재고를 넉넉하게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기와 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액인 2000억달러(약 307조원) 중 대부분을 AI 서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MLCC시장 내 삼성전기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세계 MLCC시장에서 20%대 점유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인 무라타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큰손이라고 할 수 있는 클라우드 회사와 계약했다는 사실 자체가 삼성전기의 품질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것”이라며 “다른 빅테크도 삼성전기와의 협업을 타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유리기판 법인에 5000억원 투자
삼성전기는 기판 사업에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주 스미토모화학과 유리기판 JV 출범을 위해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양사는 법인 설립을 위해 5000억원을 출자한다. 삼성전기는 절반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3000억원 안팎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스미토모화학의 한국 자회사 동우화인켐 평택사업장에 법인을 설립한 뒤 내후년 초 생산 설비를 가동하는 계획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토모화학은 1913년 설립된 일본 대표 화학업체다. 이 회사는 반도체 미세 회로 제조에 쓰이는 노광 공정용 감광액 분야에서 일본 JSR, TOK, 신에츠 등과 함께 글로벌 ‘톱4’로 꼽힌다.
유리기판은 반도체 칩 아래에 덧대는 사각형 기판을 유리로 만든 것이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열에 강해 공정 중 휘는 현상이 덜한 것이 장점이다. 더 많은 HBM, GPU를 얹을 수 있어 AI 반도체시장의 ‘게임체인저’라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기는 대량 생산을 대비해 양질의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스미토모화학과 JV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토모화학으로서는 차세대 기판 강자와 함께 패키징시장 소재까지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