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로벌PMC(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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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주요 도시가 같은 주거비 상승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정책 실험에 나섰습니다. 일본 도쿄는 민간 공급을 유인하는 인센티브를, 미국 뉴욕은 임대료 동결을, 미국 캘리포니아는 초고액 자산가에게 직접 과세하는 방안을 선택했습니다. 같은 주거비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철학은 전혀 다릅니다. 이 세 가지 선택은 단순한 주택 정책의 차이를 넘어 앞으로 글로벌 자본의 이동 방향과 도시 경쟁력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쿄의 전략은 시장의 원리를 적극 활용한 공급 확대입니다. 도쿄도는 민간 개발사업자가 시세보다 약 20%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용적률(FAR) 상한을 기존 약 600%에서 최대 1350%까지 대폭 완화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개발 부지가 아닌 별도 지역의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한 점이 주목됩니다. 이는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민간의 사업성을 높여 자발적인 공급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이 같은 정책의 배경에는 도쿄 23구 콘도미니엄 임대료가 올해 5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약 8% 상승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시장을 억누르기보다 시장이 스스로 공급을 늘리도록 설계하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반면 뉴욕은 정반대의 접근을 택했습니다. 시 임대료 가이드라인위원회는 약 100만 가구의 임대료 규제 주택에 대해 올해 임대료를 동결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보험료와 유지관리비, 재산세 등 건물 운영비는 계속 상승하는데 임대료 수입이 동결되면 순영업소득(NOI)이 감소하고 일반적으로 자산가치도 함께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물주 단체는 임대료 규제 주택에서 발생한 수익 감소를 자유시장 임대주택의 임대료 인상으로 보전하려 하거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일부 자산은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가격을 통제했지만 시장 전체의 임대료를 오히려 불안정하게 만드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자산에 직접 과세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순자산 10억달러 이상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5% 수준의 부유세를 주민투표에 부치기로 하면서 향후 5년간 약 1000억달러의 세수를 확보해 의료와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으로 새롭게 등장한 초고액 자산가와 혁신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투자 생태계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자본이 다른 주나 해외로 이동할 경우, 이는 부동산 개발과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민주당 지도부가 반대하고 있음에도 일반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높은 찬성 여론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세금 논쟁을 넘어 미국 정치와 투자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도시의 선택은 재분배와 가격 통제, 공급 확대라는 서로 다른 정책 철학을 보여줍니다. 물론 어느 정책도 완벽한 해법은 아닙니다. 도쿄의 용적률 완화는 토지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고, 뉴욕의 임대료 동결은 취약계층 보호라는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부유세 역시 심화되는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정책 의도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본은 언제나 예측 가능성과 수익성을 따라 이동하고, 개발은 충분한 사업성이 확보될 때 이뤄집니다.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 가격만 통제하면 신규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과도한 과세는 자본의 이동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 친화적인 인센티브는 민간 투자를 끌어내면서 공공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결국 도시의 경쟁력은 규제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민간 자본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투자자 역시 이제는 현재의 임대수익률보다 정부가 어떤 정책 철학을 선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정책이 자본과 공급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는지 먼저 읽어야 합니다. 앞으로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는 자본과 공급을 효과적으로 유인하는 도시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큽니다. 도시의 미래 경쟁력은 결국 그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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