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노원구 불암산 일대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모습. /사진=한경DB
25일 서울 노원구 불암산 일대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모습. /사진=한경DB
"하루면 충분했다."

러브버그 출몰 지역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러브버그맵'은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아 만들어졌다. 러브버그맵뿐만이 아니다. 저렴한 식당을 모은 '거지맵'은 이틀, 야외 테이블 식당을 정리한 '야장맵'은 3주 만에 서비스됐다. 이처럼 특정 취향과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하는 지도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속도'다. 한경닷컴 취재 결과 개발자와 비개발자 모두 생성형 AI를 활용한 '바이브코딩'으로 서비스를 구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브코딩이 서비스 제작 문턱을 낮췄다. 과거에는 개발자를 구하거나 외주를 맡겨야 했던 아이디어를 이제는 개인이나 소규모 팀도 며칠 만에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러브버그맵과 거지맵, 야장맵처럼 생활 속 불편이나 취향을 해결하는 이른바 '초니치 지도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는 배경이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는 도구를 넘어 아이디어를 서비스로 구현하는 도구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서비스 기다리지 않는 '개인'…틈새 수요 겨냥 가능

사진=거지맵·야장맵·러브버그맵 갈무리
사진=거지맵·야장맵·러브버그맵 갈무리
초니치 지도 서비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올해 초 나왔던 '두쫀쿠 맵'부터다. 두쫀쿠 대란 당시 금융앱 토스의 미니앱 플랫폼 '앱인토스'를 통해 공개된 두쫀쿠맵은 제휴 논의부터 개발, 출시까지 단 하루 만에 이뤄졌다. 바이브코딩으로 개발 시간을 크게 줄인 덕분이다.

두쫀쿠 맵 이후 저렴한 식당을 모은 거지맵, 야외 테이블 식당을 정리한 야장맵, 러브버그 출몰 지역을 표시한 러브버그맵을 비롯해 국회의원 맛집 지도, 사우나맵, 집사맵, 한류맵 등 특정 취향과 생활 속 불편을 겨냥한 테마 지도 서비스가 계속해서 등장했다. 대형 플랫폼이 채우지 못한 틈새 수요를 개인이 지도 형태로 구현한 것이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이다.

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팀이 직접 서비스를 만들게 된 출발점은 생활 속 불편이었다. 거지맵, 야장맵, 러브버그맵 개발자 모두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던 경험이 서비스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가성비 식당 정보는 유튜브와 블로그에 흩어져 있었고, 야장 운영 여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러브버그 출몰 지역 역시 실시간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과거 같으면 아이디어로 끝났을 문제들이 이제는 며칠 만에 실제 서비스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개발자는 하루·이틀…비개발자는 3주 만에 '끝'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 개발자 모두 아이디어를 빠르게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바이브코딩을 꼽았다. 거지맵은 이틀, 러브버그맵은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야장맵은 약 3주 만에 서비스를 공개했다. 개발자들은 생성형 AI가 없었다면 기존보다 10배 이상 시간이 걸리거나 계절성 서비스를 제때 내놓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성수 거지맵 개발자(34)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병목이 아니다"며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AI의 코덱스(Codex)를 활용해 주말 이틀 동안 최소기능제품(MVP)을 완성했다.

변화는 비개발자에게 더욱 크게 나타났다. 야장맵을 만든 에그토스트랩은 전문 개발자가 아닌 팀이다. 이들은 클로드 코드와 코덱스를 활용해 약 3주 만에 서비스를 공개했다. AI가 없었다면 몇 달이 걸리거나 야장 시즌 자체를 놓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그토스트랩은 "예전 같으면 아이디어는 있어도 개발자를 찾거나 외주 비용을 고민하다 끝났을 것"이라며 "AI 덕분에 직접 만들어 사용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화제가 된 러브버그맵 또한 100% 바이브코딩으로 만들어졌다. 개발자는 클로드와 코덱스를 활용해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아 서비스를 완성했다. 현재 러브버그맵에는 1만3000건 이상의 제보가 등록됐고 누적 조회수는 70만건을 넘어섰다. 박제구 러브버그맵 개발자(33)는 "현재 직업이 개발자라 IT 서비스를 만드는 데 익숙하다. 바이브코딩이 없었다면 협업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회사 업무 외 여가 시간에 여러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어 기회가 된다면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하루 최대 26만명 방문…기업도 바이브코딩 대중화 대응

초니치 지도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호응도 이끌어냈다. 거지맵은 하루 최대 활성 이용자 수 26만명, 누적 방문자 수 246만명을 기록했다. 야장맵은 지난 5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약 6만명, 하루 최대 방문자 약 8000명을 기록했다. 최근 러브버그가 기승을 부리면서 러브버그맵도 하루 최대 5만명이 찾았다.

이 같은 바이브코딩 확산은 생성형 AI 이용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4월 챗GPT, 구글 제미나이, 클로드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각각 2345만명, 845만명, 241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서비스는 클로드였다. 자연어만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클로드 코드'를 앞세워 바이브코딩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기업들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토스는 지난 5월 '앱인토스 바이브 코딩 챌린지'를 열고 이용자가 AI로 만든 서비스를 직접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바이브코딩 확산으로 초니치 서비스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그토스트랩은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정하고 결과를 판단하고 수정하는 과정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면서도 "저희 같은 비개발자에게는 무엇보다 '시작할 수 있게 해준 도구'였다는 점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생성형 AI가 '검색'을 넘어 누구나 서비스를 만드는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