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 원장/사진=문경덕 기자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 원장/사진=문경덕 기자
12·3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이은우 전 원장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수십년간 언론인으로 종사한 이 전 원장이 비상계엄의 위법·위헌성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면서 "이 전 원장의 지시로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됐고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KTV 보도국 부장과 편집팀장의 고유한 직무집행 기준과 절차를 위반해 이 전 원장이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원장 측은 KTV가 정부 정책 홍보 목적의 정부 기관으로 여론 형성의 기능을 하는 타 언론사와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책 홍보는 국정에 대한 올바른 운영을 전제로 하는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홍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다만 KTV의 시청률이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국민의 알권리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점, 이 전 원장이 비상계엄 전에도 정치적 논쟁이 될 만한 요소는 방송에서 배제한 점 등은 이 전 원장에게 유리한 점으로 참작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 전 원장은 '계엄은 불법·위헌이다'는 취지의 발언 등의 자막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원장은 편집팀장에게 '정치인 발언이나 뉴스는 KTV의 방송 기조와 다르니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자막 제작 전문 직원이 이 전 원장의 지시를 거부하자 이 전 원장은 보도국 부장에게 같은 취지의 지시를 내려 일부 자막이 삭제되기도 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