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삼성전자 충남 천안캠퍼스를 찾은 이재용-회장. 삼성전자 제공
2023년 삼성전자 충남 천안캠퍼스를 찾은 이재용-회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청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충북은 SK하이닉스의 청주 추가 투자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충남에서는 반도체 생산시설 대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중심의 투자가 거론되자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청권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충남 아산 온양캠퍼스에서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D램 생산시설을 가동 중이다. 충남 천안·아산과 충북 청주를 잇는 후공정·메모리 생산 기반은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의 주요 거점으로 평가된다.

◇충북은 ‘반색’, 충남은 ‘우려’
충북은 SK하이닉스의 추가 투자 가능성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광주 지역에 전·후공정 공장 신설이 검토되는 가운데 청주에도 신규 낸드플래시 공장 투자가 거론되고 있어서다. 부지는 2022년 6월 반도체 시황 악화로 착공이 보류된 청주 M17 부지 약 47만㎡ 중 일부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청주에 19조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팹인 P&T7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2028년 가동을 목표로 공장을 건립 중이다. 신규 낸드플래시 공장까지 현실화하면 청주는 메모리 생산과 첨단 패키징을 함께 갖춘 복합 반도체 거점으로 위상이 강화될 전망이다. 충북 지역에서는 생산시설 투자가 고용 창출과 협력업체 유입, 인구 증가 등 지역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충남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호남권에 전공정 팹이나 대규모 생산시설이 들어서고 충남에는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투자가 배치될 경우 기존 산업 기반을 갖춘 충남이 핵심 생산기지 투자에서 비켜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충남 지역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의 경제적 효과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수조원대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운영 인력이 많지 않고, 지역 협력업체와의 연계 효과도 생산공장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충남의 한 주민자치위원장은 “AI 데이터센터 유치 자체는 환영할 일이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수천 명이 일하는 공장과 수십 명이 근무하는 데이터센터의 체감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충청권이 이미 구축한 반도체 산업 기반을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충남은 후공정 기반, 충북은 생산 거점, 대전은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어 지역별 기능을 분리하기보다 상호 보완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명균 충청남도정책자문위원장은 “충청권은 이미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지역”이라며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기존 산업 거점에 대한 후속 투자와 연구개발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충남 천안캠퍼스 전경. 한경DB
삼성전자 충남 천안캠퍼스 전경. 한경DB
◇AI 데이터센터도 또 하나의 ‘기회’
AI 데이터센터를 기회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충남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이차전지 등 제조업 기반에 AI를 접목하는 ‘AI 대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보령과 당진에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도는 데이터센터를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서버 시설에 머물지 않고 제조 현장의 AI 활용, 산학연 연구개발, 디지털 인재 양성과 연결되면 장기적으로 생산시설 못지않은 산업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충청권이 생산 거점과 AI 인프라를 함께 묶어 미래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방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충남권을 추가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3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핵심 생산 거점인 충남 천안사업장을 찾으면서 충남에도 HBM 첨단 패키징 후공정 추가 투자가 검토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임동완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충청권은 이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후공정 투자와 AI 데이터센터를 제조업과 연결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를 활용해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천안·아산·청주=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