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여름은 얼음 동동 띄운 셰르베트(Şerbet)가 딱이다. 달콤새콤한 과일이나 향기로운 꽃잎 등에 물을 붓고 끓여 진하게 달인 후 꿀과 설탕을 듬뿍 넣어 보관해 두었다가 찬물과 얼음을 타서 마시는 음료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면, 맞다. 우리나라에서도 집집마다 흔히 담가 즐기는 매실청과 유자청, 모과청과 아주 비슷하다. 튀르키예에선 딸기와 살구, 오디, 석류, 체리, 자두, 포도, 타마린드, 모과 등의 과일과 장미꽃, 제비꽃, 오렌지꽃 등의 꽃잎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여기에 시나몬과 정향, 감초 같은 향신료로 매력을 더하기도 한다.
광장이나 시장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선 화려한 전통 의상 차림에 번쩍거리는 금속제 음료 통을 짊어진 셰르베트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이런 분들은 보통 쌉쌀한 맛이 강한 까만색의 감초 셰르베트(Meyan Şerbeti)를 파는데, 그야말로 약장수처럼 큰 소리로 감초가 얼마나 맛있고 몸에도 좋은지 외친다.
역사도 놀랍게 긴데, 무려 기원전 4천 년 메소포타미아 초기 농경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긴, 재료도 그렇고 만드는 법도 그렇고,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어디서든 생겨났을 법하다. 수확한 곡물을 빻아 가루 내고, 물과 불로 다양한 형태의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남은 것은 날씨와 시간의 도움으로 발효되었을 테니까. 보자의 알코올 도수는 으레 1% 내외인데, 오스만제국 시절엔 날이 더워지면 발효가 과해져 알코올 도수도 확 높아지곤 해 술탄이 급히 보자 금지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니 전통적으론 겨울철 음료였던 모양이다. 지금이야 냉장 시설 덕에 일년내내 안정적으로 보자를 즐기게 되었지만.
전통적인 튀르키예 커피잔은 아주 작고 귀엽다. 차이 잔과 더불어 인기 있는 기념품이다. 커피를 주문하면 으레 물 한 잔을 함께 내주는데, 마지막에 요걸로 입을 헹구어 입안의 커피 찌꺼기를 청소한다. 아주 곱게 간 커피콩과 물을 주전자에 담아 천천히 끓인 후 가루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잔에 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몇 번은 원래 이런 건가 생각하며 가루까지 함께 마시면서 아작아작 씹어 삼켰는데, 알고 보니 마시기 전에 잠시 놓아두어 가라앉힌 다음 윗물만 조심스레 마시는 거란다. 이럴 수가.
혼자 하기보단 둘 이상 모여 상대방의 얼룩을 해석해 주는 게 원칙인데, 오스만제국 시대 하렘의 여성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커피점에 그렇게들 몰두했다고 한다. 재미로 시작한 게 너무 과해지기도 해, 어떤 술탄은 잔 받침 사용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한다. “당신의 미래는… 오늘 저녁에 케밥을 먹겠군요!” 오늘 처음 만난 여행자들과 함께 강사의 설명을 듣고 서로의 얼룩을 해독하며 미래를 예측하며 깔깔 웃었다. 믿거나 말거나, 즐거우면 됐지.
25년 넘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여행과 음식을 몹시 좋아한다. 마흔 살에 셀프 안식년을 선언하고 떠난 긴 여행을 계기로, 일 년에 한두 차례 혼자 여러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중이다. 책 <여행, 잘 먹겠습니다> 시리즈와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나이 드는 몸 돌보는 법>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