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채용비리 직원, 징계 없던 일로…법원 "견책 취소"
법원, 선관위 견책 처분 '취소'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선관위 직원 A씨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앞서 선관위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관련 의혹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불거지자 2023년 9월 선관위에 조사 개시를 통보하고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2월25일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A씨가 2021년 경력경쟁채용 과정에서 응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응시자 2명을 채용공고와 다른 규정을 적용해 위법하게 임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선관위에 A씨에 대한 경징계 이상 처분을 요구했다.
선관위는 같은 해 3월 A씨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고 4월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징계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0월 발생한 사안에 대해 지난해 3월 징계를 의결한 만큼 국가공무원법상 3년의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취지였다.
국가공무원법상 성폭력범죄 등이 아닌 일반 징계 사유의 징계시효는 3년이다. 다만 감사원의 조사 개시 통보가 있으면 시효가 정지된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감사원의 조사 개시 통보가 징계시효를 멈추게 하는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봤다. 감사원 감사 자체가 적법한 권한에 근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판단 근거는 헌재 결정이었다.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문제 삼아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감사원 최종 발표 이틀 뒤인 지난해 2월27일 이를 인용했다.
당시 헌재는 선관위가 행정부 등 외부기관의 부당한 간섭 없이 선거사무·인사 등 각종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권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법원은 이 결정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헌재는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감사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당한 권한에 기초한 감사로 볼 수 없어 조사개시 통보는 징계 절차의 진행을 금지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에 대한 징계시효 3년도 이미 지난 것으로 인정됐다.
선관위가 자체 조사를 하지 않은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선관위가 당초 특혜 채용 의혹 등에 대해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면서 별도 감사나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 발표와 징계 요구가 있기 전까지 A씨에 대해 아무런 징계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선관위는 헌재 결정 전까지 감사원 감사가 직무감찰에 해당하는지 불확실했다는 점을 들어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조사개시 통보는 선관위 자체 징계를 금지하는 효력이 없어 법률상 장애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2023년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상 조사개시 통보에도 불구하고 A씨에 대한 자체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공무원의 직무와 신분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정된 징계시효(3년)를 배제할 만큼 정당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