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전쟁과 AI 시대 "지금까지 투자 공식은 잊어라"
저성장·저물가·저금리로 대표되던 ‘대안정기’가 막을 내렸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상징되는 지정학적 리스크, 흔들리는 달러 패권과 에너지 공급망 재편, AI 중심의 기술 혁명이 맞물리며 기존의 투자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새로운 투자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BP가 펴낸 신간 <포스트-워 투자 전략>은 이 같은 질서 전환기의 방향성을 짚어주는 투자 지도와 같다. 김영익·박병창·한상춘 등 국내를 대표하는 경제·투자 전문가 9명은 지금의 세계 경제를 단순한 경기 순환 국면이 아니라 구조가 바뀌는 ‘체제 변화의 시대’로 진단한다.

오늘날 금융시장은 꼬리를 무는 변수들로 요동친다.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으로 글로벌 자산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파편화된 뉴스에 휩쓸려 뇌동매매를 반복하는 투자자도 늘었다. 저자들은 단기 악재와 가격 변동에 매몰되지 말고 변화 이후 남게 될 새로운 질서를 읽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공포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대가들의 입체적 시각이 돋보인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탈달러화와 통화정책 변화를 짚어내고, ‘닥터둠’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 소장이 AI 거품 붕괴를 경고하는 한편, 박세익 체슬리 투자자문 대표와 박병창 교보증권 이사는 위기 속에서도 시장은 미래를 선반영해 구조적 강세장을 만들어냈음을 실증한다. 조윤남 코어16 대표의 ‘사이클 투자 전략’ 역시 시장을 읽는 핵심 렌즈다.

실질적인 옥석 가리기도 놓치지 않는다.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한국 고대역폭메모리(HBM) 산업의 독점적 위치를 짚어낸다. 방위산업과 조선, 전력 인프라 등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른 ‘K기업’ 경쟁력을 분석해 구체적 투자 아이디어도 곁들인다.

단기 매매 타이밍을 찍어주는 흔한 재테크 서적과는 다르다.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가 제시한 고변동성 시대의 자산배분 원칙부터,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분석한 대체 자산 암호화폐의 미래, 서유석 전 금융투자협회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제언까지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읽는 프레임을 제공한다.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2026년의 시장을 마주한 독자에게 책은 단단한 투자 철학을 권한다. “좋은 종목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와 자본 흐름을 읽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저자들의 제언은 묵직하다. 혼란 속에서 방향을 잃은 투자자라면, 거대한 변곡점을 직시하게 해주는 나침반으로 삼을 만하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