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RAV4 GR SPORT 모델. 사진=신용현 기자
신형 RAV4 GR SPORT 모델. 사진=신용현 기자
지난 17일 인천 중구 운서동 하얏트 리젠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앞에 늘어선 20여대의 RAV4는 같은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저마다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조용한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 재미를 앞세운 스포츠 SUV, 그리고 일상을 위한 하이브리드 SUV. 이날 인천대교 고속구간을 지나 해안선을 따라 굽이치는 와인딩 구간까지 127㎞를 달린 뒤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이번 RAV4는 하나의 SUV가 아니라 같은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성격을 담아낸 세 개의 SUV였다.
 하얏트 리젠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앞 주행 중인 신형 RAV4. 영상=신용현 기자
하얏트 리젠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앞 주행 중인 신형 RAV4. 영상=신용현 기자
시승에 앞서 발표에 나선 후토나가네 요시노리 도요타 치프 엔지니어는 "5세대를 뛰어넘는 RAV4를 만들 수 있을까가 개발진의 최대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내놓은 답은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니었다. 전동화와 지능화, 다양화를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SUV를 만드는 것이 이번 6세대 RAV4의 목표였다.
신형 RAV4 PHEV 모델. 영상=신용현 기자
신형 RAV4 PHEV 모델. 영상=신용현 기자
처음 시승한 차량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XSE 모델이다. 호텔을 출발해 인천대교 기념관까지 이어진 도심 및 고속 구간에서 차는 대부분 전기 모드만으로 움직였다. 주행 중 약간의 노면 소음은 들어왔지만, 동승자와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 또한 파워트레인에서 전달되는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모터가 먼저 차를 밀어내고 엔진이 힘을 보태는 데 개입 과정이 자연스러워 PHEV 차량이라는 사실을 잊게 했다. 329마력(PS)이라는 출력보다 먼저 다가온 것은 즉각적인 응답성과 정숙성이었다.
신형 RAV4 PHEV 모델 전면부. 사진=신용현 기자
신형 RAV4 PHEV 모델 전면부. 사진=신용현 기자
1회 충전으로 최대 77㎞를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고, 배터리 용량은 전 세대보다 25% 늘어난 22.68kWh다. 배터리 용량 증가뿐 아니라 50kW DC 급속충전을 지원하는 것도 기존 RAV4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상온 25℃ 기준 10%에서 80%까지 약 35분이면 충전이 끝난다. 장거리 여행에서도 충전 부담을 줄였다. 트렁크는 이전 세대보다 15L 확장된 672리터(VDA 기준)에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갖췄다. 차체 크기는 전장 4600㎜, 전폭 1855㎜, 전고 1685㎜(HEV 1680㎜)로 이전 세대의 균형 잡힌 비율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성을 높였다.
신형RAV4 GR SPORT 모델 실내. 사진=신용현 기자
신형RAV4 GR SPORT 모델 실내. 사진=신용현 기자
두 번째로 탑승한 차량은 PHEV GR SPORT였다. 스웨이드 소재의 D-시트,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 GR 로고가 새겨진 스티어링휠 등 겉보기에도 달랐지만, 시트에 앉았을 때도 스포츠 느낌을 최대한 살려 일반 RAV4 모델과는 다른 차라는 인상을 줬다.

GR SPORT는 단순히 디자인 패키지가 아니다. 개발 초기부터 가주 레이싱 (GAZOO Racing)이 참여해 시모야마 테스트 코스에서 반복적인 주행 테스트를 거친 모델이다. 전용 서스펜션과 전자식 파워스티어링(EPS), 퍼포먼스 댐퍼뿐 아니라 차체 강성까지 조율해 일반 모델과는 다르게 코너에서 한 박자 빠르게 반응하고, 더 단단하게 버티는 주행 감각을 만들어냈다.
신형 RAV4 PHEV 모델. 영상=신용현 기자
신형 RAV4 PHEV 모델. 영상=신용현 기자
실제 와인딩 구간에서는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만큼 차체가 즉각 반응했다. SUV 특유의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코너에서 차체가 바깥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크지 않았다. 노면을 단단하게 읽어내면서도 불필요한 충격은 걸러냈다. 고성능 스포츠카를 대신할 정도는 아니지만, 패밀리 SUV 가운데서는 운전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모델이라는 인상이었다.
신형 RAV4 GR SPORT 모델과 HEV 모델. 영상=신용현 기자
신형 RAV4 GR SPORT 모델과 HEV 모델. 영상=신용현 기자
마지막은 HEV LIMITED였다. HEV는 화려한 성능보다 균형감이 돋보였다. 앞선 시승으로 배터리 잔량이 충분하지 않아 전기모드 개입을 충분히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가속감은 PHEV 모델보다 차분했어도 일상 주행에서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특히 추월을 위해 차선 변경 후 치고 나갈 때도 안정적이었다.
신형 RAV4 실내. 사진=신용현 기자
신형 RAV4 실내. 사진=신용현 기자
신형 RAV4의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지털 경험이다. 도요타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린'(Arene)을 기반으로 한 도요타 커넥트는 실시간 내비게이션과 네이버 클로바 기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원격 차량 제어 등을 지원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파노라믹 뷰 모니터는 도심과 주차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았고, USB-C 45W 충전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사용하는 운전자의 환경을 고려한 구성이었다.

이번 시승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세 모델이 같은 플랫폼과 차체를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성격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모델별로 보면 PHEV는 정숙성과 전동화 경험을 앞세웠고, GR SPORT는 SUV에서도 운전의 즐거움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HEV는 효율과 실용성을 중심으로 가장 폭넓은 소비층을 겨냥했다. 도요타는 이번 RAV4를 통해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을 택했다.
신형 RAV4. 사진=신용현 기자
신형 RAV4. 사진=신용현 기자
세 모델 모두 개선된 TNGA-K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 성능을 높였다. 모델마다 주행 성격은 달랐지만 승차감과 조종 안정성에서는 공통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출발에 앞서 개발진은 '일상이 곧 모험'(Life is an Adventure)과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Go Anywhere, Do Anything)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슬로건이 아닌 세 모델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었다.

결국 6세대 RAV4의 변화는 숫자보다 방향성에 있다. 더 조용하게 달리는 SUV, 더 재미있게 달리는 SUV, 그리고 매일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SUV. 같은 이름 아래 세 가지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 것이 신형 RAV4의 가장 큰 변화였다.

신형 RAV4의 국내 판매 가격은 HEV XLE 4927만원, HEV LIMITED 5746만원 PHEV 6160만원, GR SPORT 6180만원이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