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합의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MOU)가 공개됐다.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모든 군사 작전의 즉각적인 종료 선언을 담은 문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이 17일(현지시간) 서명하면서 곧바로 발효됐다. 백악관 당국자가 낭독 형식으로 발표한 MOU에는 ‘최대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를 협상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모두 14개 항목이 담겨 있다.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부의 1차적 평가는 ‘이란의 실질적 승리’라는 데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세부 조항을 보면 이란은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기로 재확인한다’는 데 합의해준 대가로 원유와 연료의 자유로운 수출을 보장받았다.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하면 미국 정부는 물론 유엔 등 국제기구의 각종 제재도 해제된다. ‘전쟁 배상금’이라는 지적이 있는데도 미국은 최소 3000억달러(약 453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 및 경제발전 계획을 약속했다.

미·이란 종전 합의가 국제 에너지 시장 질서는 물론 중동 전체의 질서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이란 원유가 세계 시장에 풀리면 에너지 국제 가격은 물론 석유 패권 싸움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4%를 차지하는 이란은 지금까지 수출 제재 때문에 중국을 빼면 판로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란산 원유 수출 허용은 미국의 석유 패권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60일간의 ‘무상 통항’이 끝나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요금을 다시 부과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주시해야 한다. 원유 및 에너지 원자재의 핵심 운송 통로인 만큼 엄청난 파장을 부를 게 분명하다.

가장 주목되는 합의는 30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 및 경제발전 계획이다. 미국은 관련 금융 거래에 필요한 모든 면제 및 허가 권한을 가진다고 양해각서에 명시했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재건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데 이란 정부가 동의한 것이다. 양국 관계가 지금까지의 ‘적대적 대결’에서 ‘우호 관계’로 확 바뀌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과 이란의 실질적 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중동 내부의 지정학적 변화를 견인하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란 재건 참여는 우리도 국익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봐서는 안 된다. 국제질서는 변화무쌍하다. ‘어제의 적’이 갑자기 ‘오늘의 친구’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정치와 외교, 경제 관점에서 중동 지정학 구도와 세계 에너지 시장질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종합적으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