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복어(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리스 해역에서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난 외래종 복어가 어획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그물까지 훼손해 현지 어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최대 섬인 크레타 연안에서는 몸길이 40∼60㎝에 달하는 은띠복이 빠르게 늘면서 어부들의 어획량이 크게 줄고 있다.

따뜻한 바다에 서식하는 복어는 전 세계적으로 약 200종에 이르며, 이 가운데 3종이 현재 동부 지중해에서 발견되고 있다. 해수온 상승은 따뜻한 해역에 서식하는 외래 어종이 지중해에 정착하고 확산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해양연구센터(HCMR)에 따르면 복어는 2005년 6월 그리스 해역에서 처음 확인됐다. 은띠복은 원래 홍해와 인도양, 태평양 등에 서식했지만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스 어민 야니스 지안카키스는 AFP에 "복어는 마주치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잡식성 물고기다. 다른 물고기 가운데 천적이 없어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는 듯하다"고 밝혔다.

복어는 물고기뿐 아니라 갑각류와 오징어도 먹어치운다. CMR에 따르면 복어로 인해 어선 한 척당 매년 약 8500유로(약 1490만원) 상당의 그물 훼손과 소득 손실이 발생한다.

피해는 어획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복어는 단단한 부리 모양의 입으로 잡힌 물고기를 훼손하고, 조업에 사용하는 그물까지 찢어 놓는다.

현지 어민은 정부가 복어 포획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개체 수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인접국 키프로스에서는 이미 복어 포획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 2월 크리스토스 켈라스 당시 그리스 농업차관은 의회에서 어민 지원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복어의 치명적인 독성을 제거해 상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복어에는 마비와 호흡 부전, 사망까지 일으킬 수 있는 테트로도톡신이 들어 있다.

유럽에서 복어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산업폐기물에 해당하는 1급 폐기물로 분류되며,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라 소각 방식으로 처리한다.

한편 복어를 많이 먹는 한국에서도 은띠복은 식용이 금지된 복어로 분류되어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