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예측 아닌 확률…시장 이해하고 자신만의 원칙 세워야”
<주식시장 흐름 다시 읽는 법> 펴낸 김정남 前 APG 자산운용 홍콩오피스 상무
日 전설적 애널리스트 우라가미 ‘사계절론’
지금 한국 현실에 맞게 재해석해 18일 출간
“현재 국내 증시는 여름…삼성·하이닉스 이끄는 실적장세”
AI 시대 반도체, 과거와 다른 성장 사이클 보여
“투자엔 정답 없어…확률적으로 유리한 게임해야”
日 전설적 애널리스트 우라가미 ‘사계절론’
지금 한국 현실에 맞게 재해석해 18일 출간
“현재 국내 증시는 여름…삼성·하이닉스 이끄는 실적장세”
AI 시대 반도체, 과거와 다른 성장 사이클 보여
“투자엔 정답 없어…확률적으로 유리한 게임해야”
김정남 전 APG자산운용 홍콩 오피스 상무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에는 정답도, 왕도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장을 이해하고 자기 성향에 맞는 투자 원칙을 세운 사람만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김 전 상무는 25년 넘게 아시아 주요 주식시장에서 활약해온 글로벌 투자 전문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부스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미래에셋자산운용 공채 1기로 입사해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자산운용을 거쳐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하는 네덜란드 공적연금을 굴리는 APG운용에서 한국·중국·일본·호주 시장을 담당했다. 그가 맡은 운용자산 규모만 수십억달러에 달한다.
이날 한경매거진앤북에서 출간한 <주식시장 흐름 다시 읽는 법>에는 그가 시장에서 체득한 투자 경험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오래전부터 ‘50세가 넘으면 내가 배운 것을 정리한 책을 쓰겠다’고 생각했다”며 “여러 주식시장과 사이클을 경험하며 얻은 지식을 일반 투자자와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36년 전 사계(四季)론, 지금도 유효”
<주식시장 흐름 다시 읽는 법>은 일본의 전설적인 테크니컬 애널리스트인 우라가미 구니오가 1990년 출간(1993년 국내 출간)한 주식투자 고전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을 오늘날 현실에 맞게 다시 쓴 책이다.
우라가미는 주식시장이 봄(금융장세)·여름(실적장세)·가을(역금융장세)·겨울(역실적장세)처럼 일정한 순환 구조를 가진다는 ‘사계론’을 주창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 전 상무는 “입사 1년 차 때 처음 읽었는데 30년 넘게 반복해서 찾아본 몇 안 되는 투자서였다”며 “종목 추천이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는 구조적 개념 틀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우라가미의 책이 나온 지 36년이 넘었다. 일본 버블경제 붕괴 직전에 나온 책인 만큼 지금 한국 증시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그는 원작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실질금리’ 개념을 도입했다. 원작의 명목금리보다 실제 돈의 가치인 실질금리가 자산 가격과 시장 국면 변화를 설명하는 데 더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가치주·성장주·우량주 등의 성과를 설명하는 ‘스타일 팩터 분석’과 위험관리 기법을 구체화했다. 여기에 각 투자 스타일에 맞는 종목 선택 기준, 헤지펀드 전략의 리스크와 작동 시점, 취약점 등을 분석해 투자 효용성을 높였다. 그는 “우라가미 말처럼 시장을 움직이는 근본 동력은 결국 실질금리와 경기, 기업 이익”이라며 “증시를 이끄는 업종과 산업 구조는 36년 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었지만, 이 세 가지 축이 시장을 순환시킨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김 전 상무가 보는 현재 한국 증시는 사계론으로 따지면 ‘여름’, 즉 실적장세다. 기업 이익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는 가운데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이 시작되지 않아 실질금리 부담은 아직 크지 않은 국면이다. 최근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실적장세의 특징은 기업 이익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다는 점”이라며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랠리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언제 끝날 것이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 전 상무는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은 과거 메모리 사이클과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알파벳 같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이 AI 인프라 투자에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자본지출(CAPEX)을 감행하고 있다”며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고 있는 만큼 AI 시대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경기 순환보다 구조적 성장의 성격이 강하다”고 전했다.
다만 AI와 반도체로의 과도한 시장 쏠림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실적 자체는 아직 견조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자금이 지나치게 몰려 있어 하이퍼스케일러의 작은 투자 스탠스 변화에도 공급망에 충격을 가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상무는 개인투자자를 향해선 “종목에 대한 감정적 집착이나 매입가, 목표 주가에 의존하는 ‘앵커링’(본전 회복 심리) 대신 시나리오별 손익비(페이오프)를 계산하는 등 원칙에 따른 손절 규율을 세워야 장기적으로 확률적 우위를 점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누가 추천했다고 무작정 사는 습관은 위험하다”며 “최소한 두세 줄이라도 자신만의 투자 논리를 직접 정리해 보고, 상승 여력과 손실 가능성을 함께 계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