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입장료 2.5배"…日 관광지 이중가격 확산 [도쿄나우]
히메지성 이어 교토 버스까지
오버투어리즘 대응 나선 일본
오버투어리즘 대응 나선 일본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과 관광객에게 서로 다른 요금을 적용하는 이른바 '이중가격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급증하는 관광객으로 인한 혼잡과 소음, 쓰레기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문화재와 관광시설 유지·관리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연내 관광시설 요금 체계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관광청은 전문가 회의를 통해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지방자치단체 사례를 분석하고 관련 기준을 정비할 방침이다.
일본이 이중가격제 도입에 나선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 급증이 있다. 2025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소비액은 약 9조5000억 엔으로 전년보다 16.4% 증가했다. 이는 일본의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액을 웃도는 규모다. 관광산업이 주요 외화 획득원으로 부상했지만, 관광지에서는 혼잡과 소음, 쓰레기 무단 투기, 불법 주차 등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효고현 히메지시다. 히메지시는 지난 3월부터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인 히메지성 입장료를 인상하면서 시민과 비시민을 구분하는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 18세 이상 시민은 종전과 같은 1000엔을 내지만, 시민이 아닌 방문객은 일본인과 외국인을 불문하고 2500엔을 부담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석축 보수와 안전대책 등 문화재 유지·관리 비용에 투입된다. 실제로 입장료 인상 이후 입장 수입은 크게 늘었지만 방문객 수는 감소해 관광객 분산 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가고시마시도 동물원과 역사자료관 등 14개 시설에서 시민 요금을 외부 방문객보다 100~500엔 낮게 책정했고, 기타큐슈시 역시 고쿠라성 등 주요 관광시설에서 시민 할인제를 도입했다.
이 같은 차등 요금제는 관광시설을 넘어 대중교통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교토시는 2027년부터 시내버스에 '시민 우선 가격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과 비시민 간 최대 두 배의 요금 차이를 두는 것이 골자다.
외국인 여부가 아닌 거주지를 기준으로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가격 인상은 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히메지시는 당초 외국인 입장료를 시민의 6배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일본 정부도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등의 자체 수입 확대를 위해 이중가격제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문화청은 올해 처음으로 입장료 수입 확대 목표를 설정했으며, 정부 내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일반 관람객보다 2~3배 높은 요금을 부과해야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앞으로 관광산업 육성과 지역 주민 생활 보호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관광객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교토와 오사카 등 주요 관광도시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