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6.3 지방선거 출구조사 발표 직후 찍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모습. 오른쪽은 장 대표가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외부일정을 위해 차량에 오를 때 찍힌 사진. /사진=연합뉴스, 뉴스1
왼쪽은 6.3 지방선거 출구조사 발표 직후 찍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모습. 오른쪽은 장 대표가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외부일정을 위해 차량에 오를 때 찍힌 사진. /사진=연합뉴스, 뉴스1
선거 참패가 예상되던 출구조사 발표 순간, 눈을 감은 채 결과를 지켜보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굳은 표정은 당내 위기감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며칠 새 기류가 달라지면서 장 대표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선거 패배 책임론은 여전하지만, 당장 장 대표 사퇴론이 힘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국민의힘 안팎에서 나온다.

탄핵 이후 치러진 선거라는 조건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었느냐"는 반론이 적지 않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여권 내부 갈등, 선거 이후 보수층 결집 흐름도 장 대표 사퇴론을 누그러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참패로만 볼 수 있나"…선거 결과가 남긴 반론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한동훈계와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퇴진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장 대표에게) 사실 물러나라고 하는 건 굉장히 상식적인 행위"라며 "여태까지 우리 헌정사상 전국 단위 선거에서 패한 지도부가 물러나지 않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양향자·우재준 최고위원이 지도부 총사퇴를 제안하며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번 선거를 단순한 '참패'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적지 않게 나온다. 선거 전만 해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탄핵 이후 정권을 잃고 치르는 지방선거인 만큼 '이미 진 선거'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를 지키는 등 어려운 곳을 사수했고,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숫자에서는 압승했지만 핵심 승부처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선거 뒤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며, 국민의 경고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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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체 통계를 내보면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보수정당의 손실 규모는 줄었다.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 등 4개 항목 합산 기준 753석을 잃었다. 이번 2026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도 같은 기준으로 428석을 내줬지만, 감소 폭은 2018년보다 작았다. 광역단체장에서는 국민의힘이 8곳을 잃어 2018년 자유한국당보다 타격이 컸지만, 기초의원 감소 폭은 158석으로 2018년 404석의 절반 이하였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총 860석을 가져갔는데, 이번에는 519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장 대표와 거리를 둔 후보들이 생환하고, 장 대표가 지원했던 후보들이 고배를 마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장 대표의 악영향으로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되려 장 대표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최근 SBS 유튜브 '지식의 발견'에서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선전했다"며 "장 대표가 아니었다면 전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 대표를 흔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오 시장과 장 대표가) 힘을 합쳤다면 결과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최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서울시장 선거 패배 원인을 두고 "집토끼가 나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 투표용지 사태에 보수 결집…사퇴론 희석한 선거 후폭풍

선거 이후 이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도 장 대표 체제에 대한 당내 심판론을 희석시키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불법적 선거 개입·부정선거 시도 증거'로 본 응답은 25%에 달했다. 다수인 67%는 '부실한 선거 관리·참정권 침해 문제'로 봤지만, 전면 재선거 주장에도 찬성 44%, 반대 48%로 여론이 팽팽했다. 특히 20·30대에서는 재선거 찬성이 60%를 넘어, 선거 관리 부실 논란이 절차적 공정성 문제로 확산한 양상이다.

이런 흐름은 정당 지지율에도 반영됐다. 한국갤럽의 선거 직후 조사(10~12일 전국 성인 1000명,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9%로 직전 조사보다 7%포인트 올랐다. 리얼미터 조사(12~13일 전국 성인 1006명, 무선 100% 자동응답,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국민의힘이 44.3%를 기록해 민주당 38.0%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지방권력은 잃었지만 선거 이후 보수 지지층은 오히려 결집한 셈이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의 공인지, 투표용지 사태에 따른 반사효과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적어도 장 대표 체제가 지지층 결집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여론조사상 책임론도 일방적이지 않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성인 10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무선 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6·3 지방선거 최대 패자'로 장 대표를 꼽은 응답은 30.3%로 가장 많았다. 다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25.6%로 뒤를 이어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진정한 승자'를 묻는 질문에는 국민의힘이라는 응답이 40.3%로 민주당 34.3%보다 높았다. 장 대표 책임론이 존재하지만, 선거 전체를 국민의힘의 일방적 패배로 보는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 100만 책임당원…대안 없는 퇴진론의 딜레마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소장파와 친한계에 집중돼 있어 당내 다수 의견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지도부 퇴진을 요구한 의원은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들과 친한계 일부에 그치고 있다.

'지도부 흔들기'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숙 의원은 이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과 싸우라고 하는데 왜 장동혁을 끌어내리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당내에서는 장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책임당원 수가 크게 늘어난 점도 사퇴론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는 지난 4월 보수정당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당시 "장 대표 체제는 약 72만명의 책임당원에서 출발했다"며 "1월에는 80만명을 회복, 2월에는 사상 최초로 90만명을 돌파했고, 3월에는 마침내 책임당원 100만명 시대를 열었다"고 밝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가 사퇴 뒤 전당대회에 다시 나와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면 누가 나와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대안 없는 사퇴론은 오히려 장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힘 못 받아도 꺼지지 않는 리더십 논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물론 장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비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 대표로서 유연한 메시지를 내지 못하면서 확장성 지적이 계속된다. 서울시장은 지켰지만 부산과 일부 접전지에서는 지도부 메시지가 달랐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아쉬움도 당내에서 제기된다. 선거 패배 시 물러나겠다는 과거 발언을 지키지 않은 점도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사퇴론이 힘을 받지도, 그렇다고 수그러들지도 않는 가운데 전날 당 지도부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6개 지역에 대한 재선거 소청을 의결한 것을 두고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장파는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긴급최고위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대표의 지나친 독단"(조은희 의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 지도부는 자리보전용 구호를 멈추고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 사퇴론의 향배는 국민의힘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형성된 지지층 결집 흐름을 실제 정치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장 대표는 잠실 개표소 현장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맥 없었던 22대 국회 후반기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이번 당권 싸움을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신현보/이정우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