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AI가 만든 ‘그대라는 기적’을 연주하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제공
15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AI가 만든 ‘그대라는 기적’을 연주하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제공
“안녕하세요. 저는 인공지능(AI) ‘지음’(知音)이에요. 이번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존’ 공연에서 작곡을 맡았어요. 제가 곡의 뼈대를 만들었고 편곡자와 연주자분들이 곡에 숨결을 불어 넣어 주셨어요.”

1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분장동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 라운드 인터뷰에서 AI 작곡가 지음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지음은 국내 생성형 AI 음악 스타트업 포자랩스가 학습시킨 1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섯 편의 국악관현악 곡을 완성했다.

관객이 설문조사에서 답한 감정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의 발아’와 익숙한 아리랑의 선율을 재창조한 ‘알고리즘 아리랑’, 지음이 직접 작사와 작곡·노래까지 맡은 ‘그대라는 기적’ 등 신곡 5곡이 오는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처음 공개된다.

이날 시연회 때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들려준 ‘그대라는 기적’은 봄날의 평화로운 풍경을 연상시키는 퓨전 국악이었다. 관객들이 남긴 ‘나를 위한 한 마디’를 바탕으로 작사된 만큼 위안과 용기를 주는 노랫말이 이어졌다. 여성 보컬로 만들어진 지음의 목소리는 하프처럼 영롱한 가야금 선율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며 잔잔한 희망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처음부터 완성도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그대라는 기적’을 편곡한 작곡가 김백찬은 “AI가 가사를 붙이는 방식은 사람과 달라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곡의 지휘를 맡은 정예지는 “곡의 전개가 극적이면서도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처음 음원을 들었을 땐 곡의 리듬 패턴이 너무 명확해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AI가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 작곡가는 “AI가 만든 작품이 기존에 학습된 것 이상으로 인간의 예술적 능력을 뛰어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예술적 목적보다 상업성과 편리함 때문에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