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가르치며 음악 더 명확"…무대·교단 오가는 피아니스트
교직에 있으면서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오르는건 쉽지 않다. 지난해 8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정교수로 임용된 피아니스트 윤홍천(사진)은 그 길을 걷고 있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는 공연으로 올여름 일정을 빼곡히 채운 그를 최근 한예종 연구실에서 만났다.

윤홍천은 다음달 4일 통영국제음악당,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협연 이야기뿐 아니라 학교와 무대를 오가는 삶에서 얻은 깨달음을 전했다. “매일 다른 사람의 연주를 보게 되니 저도 연주에서 원하는 게 오히려 명확해집니다. 제자들과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할 때면 오히려 제가 배우기도 해요.”

그는 한국의 ‘음반 거장’이다. 2013년 지휘 대가 로린 마젤에게 직접 자신의 CD를 보내 뮌헨 필하모닉과 협연할 수 있는 기회를 따냈다. 같은 해 발매된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앨범은 영국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됐다. 2016년엔 모차르트 실내악 음반으로 독일 에코 클래식 상을 받았다.

협연할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젊은 수석 단원이 주축이 돼 2019년 꾸린 실내악단이다. 윤홍천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현은 세계에서 제일 잘할 것”이라며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를 낸다”고 강조했다. “실내악단과 연주하면 리허설 중 단원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아요.”

협연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라단조. 윤홍천은 “2007년 한 콩쿠르에서 연주한 뒤 어려움을 느껴 한동안 꺼내지 않던 레퍼토리”라고 했다. “오랜만에 연주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단조 협주곡 두 곡 중 24번 다단조에선 카덴차(피아노 독주 구간)를 안 썼는데, 이 20번 라단조에선 카덴차를 썼어요. 24번은 인생의 비관을 받아들이는 곡인 반면 20번은 모차르트가 삶의 의지를 드러낸 곡이었다고 해요.그 의지에 베토벤이 화답해 카덴차를 쓴 거죠. 이걸 알게 되니 그전까지 비슷하게 느껴지던 곡이 다르게 들리더라고요.”

다소 가르치려는 느낌이 드는 베토벤보다는 생기가 돋는 모차르트 쪽이 더 끌린다고. “독일 음악의 낭만은 억압되지 않은 자유로움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모차르트는 처음으로 궁정이나 종교인에게서 벗어나 독립한 작곡가입니다. 보수성에서 벗어나려 했던 모차르트의 갈망을 알수록 이 곡의 가치가 대단하게 느껴져요. 물론 연주는 어렵죠. 모차르트 곡에선 연주자가 한 음 한 음 뒤로 숨을 공간이 없어요.”

이주현 기자/사진=김범준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