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처=배우 차정원 인스타그램
캡처=배우 차정원 인스타그램
여름이면 쪼리는 가장 손이 자주 가는 신발이다. 집 앞에 나갈 때도, 휴가를 갈 때도 별 고민 없이 꺼내 신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쪼리 위에 양말이나 워머를 매치하는 스타일링이 유행하면서 편하게 신던 여름 신발이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하고 있다.

유행의 시작점은 지난해 미우미우(Miu Miu) 봄·여름(S/S) 컬렉션이다. 당시 미우미우는 발 전체를 감싸는 일반 양말 대신 발등 위쪽만 살짝 덮는 독특한 형태의 양말을 선보였다. 맨발은 부담스럽지만 일반 양말은 더운 소비자들의 고민을 파고든 아이템으로, 단조로운 오픈토(Open toe) 신발에 산뜻한 포인트를 더했다.
사진=팔로마울(paloma-wool) 홈페이지
사진=팔로마울(paloma-wool) 홈페이지
이후 스페인 패션 브랜드 팔로마울(Paloma Wool)도 발등과 발목을 감싸는 오픈토 워머를 내놨다. 발가락과 뒤꿈치를 드러낸 채 샌들이나 쪼리와 함께 착용하도록 디자인된 제품으로, 베이지·브라운 등 무채색부터 그린·블루 같은 선명한 색상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캡처=일본 무인양품 홈페이지
캡처=일본 무인양품 홈페이지
이 같은 흐름은 SPA·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제품으로도 이어졌다. 일본 무인양품은 올해 비슷한 형태의 발등 양말을 출시했다. 아직 국내에는 정식 판매되지 않았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매장에 입고되자마자 품절되는 사례가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로 유행하고 있다. 발등을 덮는 양말과 함께 레그워머와 발토시를 활용한 스타일링 역시 주목받고 있다. 발레복, 발레 슈즈에서 영감을 받은 '발레코어(Balletcore)' 열풍과 맞물린 결과다.
사진=미우미우(MiuMiu)
사진=미우미우(MiuMiu)
최근 배우 차정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늘색 쪼리 위로 베이지색 니트 레그워머를 매치한 모습을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한여름에 워머를 신는 조합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최근 유행하는 제품은 겨울용과 결이 다르다. 시스루와 메쉬, 성긴 니트 소재 등을 사용해 통기성을 높였고 보온보다는 스타일링에 초점을 맞췄다. 흰 티셔츠와 반바지, 쪼리처럼 단조로운 여름 코디에 색감과 레이어드를 더하는 액세서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관련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발토시 양말' 검색량은 전월 대비 12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름 발토시'는 858%, '발토시'는 212% 늘었다. 에이블리에서도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여름 발토시' 검색량이 전월 동기 대비 640% 증가했다. '오픈토 삭스'는 126%, '여름 니삭스'는 76%, '시스루 레그워머'는 7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점점 더 더워지는 날씨에도 레그워머, 발토시 등 봄·가을·겨울에 볼 법한 키워드 상품 검색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여름 레그워머', '시스루 레그워머', '여름 발토시' 등 보다 시원하게 착용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고객들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캡처=인스타그램
캡처=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집에 있는 양말의 발가락 부분만 잘라 오픈토 삭스로 활용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별도 구매 없이도 손쉽게 트렌드를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는 분위기다.

실용성 역시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발등을 덮어주기 때문에 쪼리 끈으로 인한 마찰과 쓸림을 줄여줄 수 있다. 장마철에는 장화와 함께 착용해 피부가 쓸리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쪼리뿐 아니라 샌들, 플랫슈즈, 메리제인 슈즈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활용 범위가 넓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발레코어가 일상 패션 스타일 중 하나로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단순한 일시적 유행을 넘어 계절과 기후에 맞춰 아이템을 유연하게 변주하는 방식으로 향후에도 독립적인 패션 카테고리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