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첫 결전 치를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 (사진=연합뉴스)
한국팀 첫 결전 치를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 (사진=연합뉴스)
결전의 날이 밝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2일 체코를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승리 사냥에 나선다. 하지만 결전지인 멕시코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아크론(Estadio Akron)'을 둘러싼 소름 끼치는 실화가 재조명되며, 현지 치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체코전 진행되는 경기장 소름끼치는 사실'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축구장 반경 20km 내에서 '시신 가방 456개'가 수습된 일이 재조명됐다.

4만8000여 명을 수용하는 에스타디오 아크론은 거대한 화산을 닮은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경기장 밖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끔찍한 범죄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현지 수색 단체인 '게레로스 버스카도레스 데 할리스코(Guerreros Buscadores de Jalisco)'의 호세 라울 세르빈 가르시아는 2022년부터 주택 개발을 위한 공사 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기장 인근 지역(라스 아구하스 등)에서 참혹한 암매장지가 연이어 발견됐다고 전했다. 당시 수습된 시신 가방만 무려 456개에 달했으며, 발굴 작업은 불과 6개월 전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참극의 배후에는 멕시코에서 가장 잔혹한 마약 범죄 조직으로 꼽히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이 있다. 할리스코주는 현재 등록된 실종자 수만 1만4000여 명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을 만큼 치안이 붕괴한 위험 지대다.

현지 실종자 가족과 수색 단체는 "당국이 치안 실패를 감추기 위해 월드컵이라는 화려한 포장지만 씌우고 있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멕시코 당국은 국가방위대 요원들을 투입해 경기장 주변을 중무장 상태로 경계하고 있지만, 수백 구의 시신이 묻혀 있던 땅 위에서 전 세계인의 축제를 벌여야 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열린 팀 훈련에서 러닝으로 몸을 풀며 취재진을 통해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열린 팀 훈련에서 러닝으로 몸을 풀며 취재진을 통해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수단은 흉흉한 외부 분위기 외에도 자연환경이라는 또 다른 적과 싸워야 한다. 에스타디오 아크론은 강원도 오대산 정상과 맞먹는 해발 1571m의 고지대에 자리해 가만히 서 있어도 산소포화도가 90%대 초반으로 뚝 떨어지는 가혹한 환경이다.

고지대의 희박한 공기와 으슥한 도시의 치안 문제, 그리고 붉은 관중석이 내뿜는 일방적인 응원까지. 이중삼중의 텃세가 도사리는 '공포의 구장'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과연 홍명보호가 모든 악조건을 뚫고 오늘 오전 11시 체코전에서 통쾌한 승전보를 울릴 수 있을지 전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경기가 열리는 3개 도시와 각국 대표팀 베이스캠프에 군·경찰 등 약 10만 명의 대규모 보안 인력을 투입한다. 또한 첨단 드론 방어 시스템과 탐지견까지 동원하며 시민과 관광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대대적인 치안 대책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마약 카르텔의 활동이 여전한 데다 고질적인 실종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철저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