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인상파 in 도쿄> 표지 / 세종서적 제공.
도서 <인상파 in 도쿄> 표지 / 세종서적 제공.
인상파 작품을 이야기할 때면 으레 프랑스가 떠오른다. 모네가 수련을 그렸다는 지베르니, 르누아르가 포착한 파리 시민의 여가, 드가의 발레리나와 후기 인상파로 이어지는 세잔의 회화까지. 인상파는 오랫동안 프랑스를 중심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신간 <인상파 in 도쿄>는 익숙한 통념에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비행기로 2시간이면 도착하는 이웃 도시 도쿄에 인상파의 걸작들이 대거 모여있다는 점을 짚으면서다. 저자 전원경은 책머리에서 엔데믹 이후 여행사들로부터 ‘도쿄 미술 여행’을 이끌어달라는 무수한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유럽에서 문화예술을 즐기지 못한 시간을 보충할 대안지로 도쿄가 급부상했다는 것. 이후 저자는 직접 도쿄의 미술관들을 찾으며 이곳에 유독 인상파 걸작이 집중된 배경을 추적한다.

저자는 인상파의 탄생과 발전, 후기 인상주의로 이어지는 미술사를 들여다보는 동시에 시선을 일본으로 확장한다. 아시아 국가 중 유독 도쿄에 이토록 수많은 명작이 모이게 된 이유를 긴 호흡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다.

책은 17세기 개항에 이어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친 중공업 발전 등으로 근대화를 도모하던 시기를 소개하며, 그 과정에서 서양 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린 인물들을 조명한다. 이들이 단순히 서양 문물에 매료되어 미술품을 모은 것은 아니다. 서양을 배워 서양보다 강해지겠다는 근대적 목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완수하려 했던 시대적 열망이 그 바탕에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상파가 일본에 미친 파급력뿐 아니라, 반대로 일본이 인상파에 준 영향까지 입체적으로 서술한 부분이다. 우키요에를 비롯한 일본 미술이 모네와 드가, 고흐 같은 거장들에게 어떠한 영감을 주었는지 상세히 묘사한다. ‘자포니즘’이라는 단어로 요약되던 문화적 교류를 실제 작품과 시대적 배경 속에서 풀어내며, 인상파가 결코 유럽 내부에서만 자생한 예술 운동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독자는 책을 통해 국립서양미술관을 시작으로 아티존 미술관, 폴라 미술관, 도쿄 후지미술관, 솜포미술관 등 도쿄를 대표하는 명소들을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각 공간에는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시슬레, 고흐, 세잔 등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숨 쉬고 있다. 책은 각 미술관에서 어떤 작품을 먼저 보고, 어떤 흐름으로 감상하면 좋을지 친절하게 일러주는 안내서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이처럼 <인상파 in 도쿄>는 딱딱한 미술 교양서와 달리 장소와 경험에 발을 붙인 책이다. 독자는 미술사를 탐독하는 동시에 자연스레 도쿄 여행을 꿈꾸게 될지도 모른다. 예술을 바라보는 지리적 상상력을 확장해 준다는 점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