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달러로 이뤄지는 달러보험 판매가 올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환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판매 자제 주문으로 4월부터 증가세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달러보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 달러보험·예금 판매 증가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달러보험 판매 건수는 7만3033건이었다. 월평균 1만4607건이다. 지난해 월평균 판매 건수(9798건)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 초회보험료는 9658억원에 달했다. 초회보험료는 계약 체결 후 계약자가 처음 납부하는 보험료다.
고환율에 역대급으로 팔린 달러보험
1분기 증가세가 가팔랐다. 판매 건수는 1월 1만3551건에서 2월 1만5808건, 3월 1만7817건까지 늘었다. 1분기 평균 판매량은 지난해 1.6배 수준이다. 초회보험료도 1월 2363억원, 2월 2205억원, 3월 2448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월평균 초회보험료는 2335억원으로 지난해 월평균 초회보험료(1990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보험 판매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보험은 보험금 수령 시점에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높으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5년 누적 판매 건수는 11만7573건으로 2024년(4만594건)의 세 배에 육박했다.

환율 상승 기대에 은행 달러예금도 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661억1000만달러(약 100조8700억원)였다. 지난달 말(637억4000만달러)보다 23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 당국 자제령 약발 오래 갈까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이어가자 금융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달러보험은 원화보험과 달리 환율 변동에 따라 보험료와 보험금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금도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달러보험은 환테크 목적의 금융상품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이유다.

당국의 자제령에 달러보험 판매 증가세는 둔화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판매량이 많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임원 간담회를 열었다. 이후 4월(1만4393건)과 5월(1만1464건) 판매량이 1분기보다 줄었지만 지난해 평균보다는 여전히 30%가량 많다. 4월 초회보험료는 3월 대비 37.3% 감소한 15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1124억원 수준이었다.

수년간 보험료를 납부하는 장기납보다 보험료를 한 번에 내는 고액 일시납 건수가 줄었다. 일시납 상품 비중이 높은 방카슈랑스 달러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 3월 1934억원에서 4월 927억원, 5월 645억원으로 급감했다. 일시납은 장기납 달러보험보다 액수가 큰 만큼 단기 환율 리스크에 취약하다.

금감원은 전날에도 주요 보험사 14곳 재무담당 임원을 소집해 환율 관련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달러보험 불완전판매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달러보험 수요가 지속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초 달러당 1400원대이던 환율은 지난달 중순부터 15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과도하게 오르면 향후엔 환율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 때문에 보험계약을 중도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