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글로벌PMC(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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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쇠락의 상징'으로 간주된 샌프란시스코가 다시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택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주택 중위가격은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10% 넘게 오른 170만달러를 기록하며 미국 최고 수준에 올라섰고, 이 극적인 반전을 이끈 동력은 단 하나, 생성형 인공지능(AI)입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선도 기업이 만들어낸 막대한 부가 도시의 부동산 지형을 통째로 바꿔놓은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오픈AI 전·현직 직원이 지분 매각으로 약 66억달러의 현금을 손에 쥐자, 이 자금은 곧장 최고급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 수백만달러의 웃돈이 붙는 전액 현금 매수 경쟁을 촉발했습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집값이 올랐다는 사실보다, 어떤 지역의 집값이 어떻게 올랐는가 하는 점입니다. 챗GPT 출시 이후 초고가 지역은 가파르게 오른 반면 저가 지역은 오히려 하락하는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AI 혁명의 수혜가 극소수 핵심 인재와 투자자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메커니즘은 미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의 반도체 벨트에서도 동일한 구조가 관측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성과급을 풀 때마다 동탄, 용인, 평택, 수원 영통 일대 부동산은 즉각 반응합니다. 대출 규제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고소득 반도체 종사자의 현금 동원력이 수도권 남부 신축 단지로 집중되며 지역 내 가격 차별화가 심화하는 모습은 샌프란시스코의 AI 엔지니어가 현금으로 고급 주택을 사들이는 풍경과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이 변화는 주택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AI 기업이 밀집한 권역을 중심으로 오피스 임대료와 상업용 부동산 시세가 동반 상승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확대될수록 주거용을 넘어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 전반으로 수요가 옮겨갈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의 거점이 어디에 자리 잡느냐가 인근 수익형 자산의 임대 수요와 공실률, 나아가 자산 가치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는 셈입니다. 산업 경쟁력이 곧 부동산 가치로 직결되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향후 시장의 가장 강력한 변수는 기업공개(IPO)입니다. 이번주 상장을 앞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약 4400명의 전·현직 임직원을 백만장자 반열에 올려놓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 가운데 약 400명은 1억달러 이상의 자산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초기 직원 가운데 일부는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을 발판으로 주택을 사거나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상장이 단순한 증시 이벤트가 아니라 새로운 부동산 수요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정기 성과급이 동탄·용인 집값을 밀어 올리는 단기 촉매라면, 테크 기업의 상장과 스톡옵션 행사는 부동산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장기 동력원입니다. 지분의 현금화로 형성된 수십억원대 '자산가 가구'가 대거 등장해 핵심 입지를 차지하고 상향 여과를 주도하는 배후 수요로 안착하기 때문입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상장이 줄을 이으면 같은 방식의 세대 자산이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유동성을 공급하고, 한국 역시 용인 클러스터의 본격 가동에 따라 수도권 남부의 가치 격차가 한층 세분화될 전망입니다.

다만 투자자는 기술 산업이 만들어낸 유동성을 영구적인 수요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반도체와 AI 모두 금리와 글로벌 공급망, 증시 변동성에 민감해,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성과급과 스톡옵션이 빚어낸 유동성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단일 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상승기에는 가장 강하지만 하락기에는 가장 큰 변동성을 겪으므로, 단기 호재만 믿고 외곽의 고평가 자산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도로와 철도, 그리고 인구의 이동을 따라갔다면, 앞으로는 AI와 반도체가 창출하는 고소득 일자리와 자본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가격을 가를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AI 클러스터와 용인·동탄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단순한 입지 분석이 아니라 미래의 부가 어디에서 창출되고 어디에 축적되는지를 읽어내는 안목입니다. 기술 자본이 집중되는 공간을 선점한 자산과 그렇지 못한 자산의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것이며, 이것이 AI 시대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질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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