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물증인 투표용지 보관 상자를 확보하기 위해 현장 검증에 나섰으나 상자가 사라져 증거 보전이 무산됐다. 선거관리위원회마저 상자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고 밝히면서 선거 부실 관리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전국 대학가에서는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10일 김지연 부장판사가 잠실7동 제2투표소인 송파구 우성아파트 경로당을 찾아 현장 검증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께 법원 관계자들과 함께 증거물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겉면에 ‘인쇄 매수 1900매’라고 적힌 보관 상자는 사라진 상태였다. 이 상자는 이 투표소 전체 선거인 3856명의 49.3% 분량만 투표용지가 준비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핵심 물품으로 꼽힌다. 법원은 현장에서 상자를 봉인해 법원 별도 장소로 옮기려고 했으나 불발됐다.

선관위는 이 상자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경찰이 투표함을 개표소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와 주민들이 경로당에 난입했는데, 이때 외부인이 상자를 가져갔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보관 상자는 투표함과 달리 법적 보관 의무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추후 선관위 등에 사실 조회를 해 보관 장소를 다시 확인할 계획이다.

증거 보전을 신청한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현장에 동행해 선관위의 사후 관리를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투표용지 상자는 선관위가 자체 인쇄 기준인 최소 50%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증거”라며 “법원의 사실 조회 답변이 오는 대로 개표소에 있는 투표함의 증거 보전을 추가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만간 선거 무효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실 선거 관리를 규탄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6·10 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전국 18개 대학 캠퍼스에서 동시다발로 시국선언이 이뤄졌다. 건국대 고려대 경희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과기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전남대 전북대 충북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홍익대 등이 참여했다. 참여 대학 학생들은 특별검사 도입을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참정권은 미뤄도 되는 행정 서비스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라며 “주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우연수/최영총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