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장 기업이 줄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상장 첫날 스팩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늘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제2호스팩은 전날부터 이틀 동안 시행한 일반청약에서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경쟁률은 약 1340 대 1로 집계됐다. 최근 스팩 청약 인기는 웬만한 일반 IPO 기업 못지않은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청약을 마감한 대신밸런스제20호스팩에는 4조7600억원, 4월 청약을 진행한 신한제18호스팩에는 4조원이 증거금으로 들어왔다. 공모금액이 100억~140억원인 중소형 스팩인데도 뭉칫돈이 몰렸다.

최근 상장한 스팩들은 상장 첫날 일제히 급등했다. 지난 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대신밸런스제20호스팩은 상장 첫날 장중 공모가(2000원)의 세 배가 넘는 6710원까지 치솟았다. 4월 30일 상장한 신한제18호스팩 역시 상장 당일 장중 7200원까지 급등하며 투자자의 시선을 끌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IPO 기업이 뜸해진 상황에서 적지 않은 투자자가 스팩을 활용한 단기 매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팩의 본질적인 가치와 주가 흐름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팩은 일반 기업과 달리 비상장 우량기업을 찾아 합병하기 전까지는 공모가 수준 외에 기업가치가 변동할 이유가 없는 서류상 회사다. 실제로 상장 초반 급등한 스팩 주가는 당일 오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공모가 수준까지 하락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합병 대상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 첫날 급등한 가격에 추격 매수하면 심각한 원금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