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의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온 택배업계가 풀필먼트(통합물류) 확대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택배 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풀필먼트가 핵심 성장축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과 경쟁·단가 하락에 택배사들 '풀필먼트'서 활로
CJ대한통운은 판매자(셀러)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물량뿐 아니라 e커머스 플랫폼 납품용 기업 간 거래(B2B) 물량까지 통합 운영할 수 있는 ‘더 풀필 올인원 패키지’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10일 밝혔다. 풀필먼트는 물류 전문업체가 판매자에게 물건을 위탁받아 제품 보관, 포장, 배송, 교환 등까지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CJ대한통운뿐만이 아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계열사 물량을 중심으로 풀필먼트를 확장하고 있다. 한진은 역직구 시장 성장에 맞춰 해외 풀필먼트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풀필먼트는 개인 고객 주문에 대응하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중심이었다. CJ대한통운은 이번 서비스 확장을 통해 판매자가 컬리, 올리브영 온라인몰, 신세계 SSG닷컴 등 대형 e커머스에 납품하는 B2B 물량까지 노린다. 판매자로선 물건을 풀필먼트 창고에 넣어두기만 하면 플랫폼별 맞춤 규격으로 배송해주는 등 그 뒤에 일어나는 모든 물류 업무를 물류업체가 알아서 처리해주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물류업체는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풀필먼트 확장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e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전체 택배 물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쿠팡이 시장을 장악하며 출혈경쟁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택배 평균 단가는 2021년 2361원 수준이었으나 올 1분기 2260원(CJ대한통운 기준)으로 떨어졌다. 1분기 CJ대한통운 택배 물동량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14.3% 10.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0.3% 감소한 배경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택배는 경쟁 심화로 단가를 몇 원 올리기도 힘들고 마진이 크게 남지 않는다”며 “풀필먼트는 보관료와 상품 작업비, 배송료 등 복합 수수료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고 말했다.

B2B 풀필먼트 서비스는 쿠팡이 진출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이다. 쿠팡의 판매자 배송 서비스인 로켓그로스는 판매자가 쿠팡 물류창고에 물건을 입고시키면 쿠팡에서 주문한 물량만 배송해준다. 여러 채널에 물건을 판매해야 하는 판매자는 개별 물류창고를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B2C든 B2B든 자체 물류 운영 부담 없이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과 CJ대한통운 간 물류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J대한통운이 쿠팡과 경쟁하는 ‘반(反)쿠팡 연대’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e커머스 2위인 네이버쇼핑의 최대 물류 파트너로 주 7일 배송, 새벽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마켓과 SSG닷컴 배송도 전담한다. e커머스 업체들이 배송 서비스를 강화할수록 CJ대한통운이 수혜를 누릴 것이란 전망이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