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긁어모아라" 위험한 베팅…'9천피' 발목 잡은 스페이스X [분석+]
코스피서 빠져나간 자금, 스페이스X로 향하나
10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오는 11일(현지시간) 공모가 확정 절차를 거쳐 다음날 미국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시된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 조달 목표액은 750억달러다. 신주 5억5560만 주 발행이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상장 후 예상 기업가치는 1조7500억달러에 달한다. 2019년 상장한 사우디 아람코의 IPO 기록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캐나다 매체 더글로브앤드메일은 억만장자 투자자 론 배런이 스페이스X의 미래 가치가 30조달러(약 4경6000조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고 보도했다. 배런은 뮤추얼 펀드 운용사인 배런 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자다. 그는 위성통신 사업인 스타링크의 가입자가 3억 명을 넘어서며 매출 1조달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조엘 술만 ER셰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공모가에 웃돈이 붙은 상태로 거래가 시작될 것은 100% 확실하다"며 "몇몇 펀드매니저가 스페이스X 매수를 위해 현금을 확보 중이라고 해도 놀랍지 않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 증권가 전문가들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상장이 임박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의 블랙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글로벌 증시 대비 급등세를 보인 코스피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제로 한국 상장지수펀드(ETF)에선 5주 연속으로 5억7000만 달러의 자금이 이탈했다"고 짚었다. 스페이스X 청약 전 현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한국 ETF에서의 자금 회수 흐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행렬 역시 주목된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7일 이후 22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 행진을 벌이며 전날까지 도합 70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9000피' 목전까지 갔던 코스피는 이런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에 지난 8일 8.28% 급락한 7484.4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스페이스X의 공모 규모가 전례 없이 큰 만큼 공모 과정에서 시장 내 대기성 자금이 흡수될 수 있고, 상장 후 주요 지수 편입 시 패시브 펀드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기존 주식에 대한 매도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스페이스X 투자가 위험한 베팅이 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투자자 키스 피츠제럴드는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대형 IPO에) 뛰어든 날을 거의 확실하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20~40%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존슨 크레이턴데 교수는 주가가 급등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위험한 투자라며 "이번 IPO를 멀리할 것을 조언한다"고 밝혔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투자자 스티브 아이즈먼은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를 분석한 뒤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CNBC 방송에서 "지난 1분기 스페이스X의 설비·인프라 투자액이 매출의 2배를 넘어설 정도로 급증했다"며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자산관리회사 하이타워 어드바이저스의 최고투자전략가인 스테파니 링크도 "스페이스X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기업"이라며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2%에 해당하는 소액만 넣고 잊어버려야 한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