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들어설 SGL 프로젝트 조감도. 지상 79층 복합단지와 서울숲을 연결하는 입체보행공원이 조성된다.  삼표그룹 제공
서울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들어설 SGL 프로젝트 조감도. 지상 79층 복합단지와 서울숲을 연결하는 입체보행공원이 조성된다. 삼표그룹 제공
“서울 성수동 한복판의 레미콘 공장 부지 일대가 축구장 7곳 이상의 녹색 공간으로 바뀝니다.”

김봉찬 대표 "서울 성수동에 뉴욕 하이라인 숲길 조성"
국내 대표 자연주의 정원사(가드너)로 꼽히는 김봉찬 더가든 대표(사진)는 9일 서울 성수동의 옛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건물이 숲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건물과 숲이 함께 나이 들어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숲과 초고층 건물이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설계했다는 의미다.

‘SGL(삼표 글로벌 랜드마크)’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프로젝트는 이르면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삼표그룹의 옛 성수동 레미콘 공장 부지 2만8106㎡에 최고 79층 규모의 업무·주거·상업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단지와 서울숲을 잇는 보행 공원도 조성한다. 기존 도로 상부를 덮은 후 그 위에 인공 숲과 보행로가 생긴다. 전체 부지 규모는 일반 축구장의 약 7.5배에 달한다.

프로젝트는 2032년께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SGL 프로젝트에 자연주의 정원 철학을 입히는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제주 베케, 아모레 성수, 화담숲 암석원 등 자연의 질서와 아름다움이 담긴 생태주의 정원을 조성하는 정원사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레미콘과 시멘트, 골재는 도시를 세우는 재료이고 정원의 출발점은 흙과 토양”이라며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도시와 자연은 같은 땅 위에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SGL 프로젝트에 대해선 “서울숲에서 성수동 안쪽으로 이어지는 보행 흐름이 형성된다”며 “건물은 그 숲길 안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했다.

SGL 프로젝트의 주 설계는 KPF가 맡았다. KPF는 미국 뉴욕 허드슨 야드, 일본 도쿄 롯폰기 힐스,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업체다. KPF와 삼표는 일본 도쿄의 아자부다이 힐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그룹은 레미콘 공장 부지를 초고층 건물과 대규모 녹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그 속에서 걷고 뛸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요청을 받고 프로젝트 자문 역할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서울숲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삼표그룹 기업정원 ‘숲으로 가는 길’ 조성에 참여하며 성수 일대 녹지 구상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 대표는 “좋은 정원은 자기를 드러내기보다 원래 있던 나무와 물, 바람을 더 잘 보이게 해야 한다”며 “도시 건물을 도드라지게 하기보다 숲과 버무리는 어울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색 산업이 남긴 땅이라고 해서 회색으로만 기억될 필요는 없다”며 “그 땅이 다시 시민이 걷는 길, 식물이 자라는 흙, 서울숲과 이어지는 숲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