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포괄임금제 단속…기업HR의 체크포인트 ABC
한경 CHO Insight
먼저 포괄임금제 자체가 불법이 된 것은 아니다. 법원은 오래전부터 포괄임금 약정이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 한해 유효하다고 보아 왔다. 달라진 것은 그 '유효성'을 따지는 기준이다. 대법원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묵시적 포괄임금 약정의 성립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근로시간 산정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해 왔다. 약정된 수당이 실근로시간에 따라 산정한 법정수당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은 곧 체불임금이 되고, 경우에 따라 최저임금 위반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당연히 민사상 지급의무는 물론 형사처벌 리스크도 뒤따른다.
그래서 이번 변화의 본질은 '포괄임금 금지'가 아니라 '근로시간 측정의 의무화'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일일이 따지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의 도구였지만, 이제는 실제 근로시간을 데이터로 입증하지 못하면 약정의 정당성 자체를 방어할 수 없게 되었다. CHO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근로시간을 누가, 어떻게, 무엇으로 기록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수기 출결부나 엑셀 정리만으로는 분쟁이나 근로감독에서 증명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만약 회사가 실제 근로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 경우 오히려 근로자의 사업장 출입기록, IT 기기에 대한 로그인 기록 등 실제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는 현 시점에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첫째는 진단이다. 회사의 포괄임금 약정이 유효한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구간은 없는지, 직군·직무별 근로시간 실태가 어떠한지를 점검하는 일이 출발점이다.
둘째는 설계다. 기본급과 수당이 뒤섞인 정액급·정액수당 방식을 '기본급+고정OT' 체계로 전환하면 임금 항목이 명확해지고, 약정 시간을 넘긴 부분만 정산하면 되므로 인건비 예측 가능성과 구성원 신뢰를 함께 얻을 수 있다. 영업직·현장직처럼 사업장 밖 근로가 많은 직군은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를, 연구개발·디자인 등 전문직군은 재량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포괄임금보다 한층 안정적인 법적 보호를 받는다. 직군별 근무 형태를 정밀하게 점검해서 가장 적합한 제도를 매칭하는 것이 시급하다.
셋째, 실행이다. 설계를 도입하기 위한 절차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의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 임금 총액이 그대로라도 연장근로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낮아지거나 기존 혜택이 일부라도 축소되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므로 과반수 근로자 집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법원은 그 동의 절차의 적법성을 상당히 엄격하게 본다. 취업규칙을 적법하게 바꿨더라도 개별 근로계약에 더 유리한 조건이 적혀 있다면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에 따라 근로자의 개별 동의 없이는 조건을 낮출 수 없다. 따라서 제도 개편은 취업규칙 변경과 근로계약서·연봉계약서 재체결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추가로 전자적 근태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때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위치정보법이 요구하는 동의 절차를 지켜야 하는지 검토해야 하며, PC-Off 시스템을 깔아 두고도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를 지시한다면 기록과 현실의 괴리가 오히려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근로시간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업무수행 방식 및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사후 미비점도 보완해야 한다.
회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은 이러한 근로시간 시스템의 변화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인재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보상의 투명성을 직장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젊은 세대에게 '야근을 해도 월급은 똑같다'는 인식은 몰입을 떨어뜨리고 이직을 부추긴다. 반대로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하는 체계를 갖춘 기업은 워라밸을 중시하는 인재의 확보·유지 경쟁에서 앞서 나간다. 적법한 근로시간제로의 개편은 단순한 계산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기업 문화를 '시간 중심'에서 '성과와 효율 중심'으로 옮기는 계기로 보아야 한다. 불필요한 연장·야간근로를 줄이고 실제 일한 만큼 보상하는 체계를 갖춘 조직만이 심화되는 구인난과 엄격해지는 노동규제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정부의 단속 의지가 분명한 만큼 남은 골든 타임은 길지 않다. 법적 리스크를 제거하는 동시에 구성원에게 공정한 보상을 부여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이 회사의 임금·근로시간 체계를 다시 들여다볼 때다.
이승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