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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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거래에 따른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만기가 하루 이내인 초단기 옵션 거래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것이 특정 호재와 악재에 따라 주가 등락폭이 커지는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월가에서 나온다.

◇ 급락세 키운 초단기 옵션

미국 S&P500지수가 2.64% 급락한 지난 5일 ‘S&P500 옵션’(SPX)은 778만4725계약 거래됐다. SPX는 S&P500지수를 미리 정한 가격에 매매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파생상품이다. 이 중 당일 만기 옵션인 ‘제로 데이 옵션’(0DTE) 비중은 59%로, 거래량 기준으로는 약 460만 계약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SPX 0DTE의 하루평균 거래량(230만 계약)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美 장 마감 직전 '초단기 옵션' 거래 폭증…증시 혼란 더 키운다
물론 5일 시장 급락의 1차 요인은 시장 추정치를 크게 웃돈 5월 고용지표였다. 이 지표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금리 인상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0DTE가 낙폭을 키우는 ‘증폭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옵션 만기 수시간을 앞두고 기초자산(S&P500지수)의 움직임에 극도로 민감해지는 0DTE 가격이 시장 불안정을 키우는 요인이다. 만기 직전 0DTE 상품을 판매한 시장 조성자들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대규모 헤지 거래에 나선다. 일반 투자자가 사들인 옵션의 반대편에 서 있는 딜러들은 시장이 움직일 때마다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S&P500 선물을 비롯한 헤지용 상품을 사고팔아야 한다. 지수가 뛰면 딜러는 선물을 추가 매수해야 하고, 반대로 지수가 내리면 선물을 추가 매도해야 한다.

◇ 갈수록 높아지는 0DTE 비중

이는 미국 정규장 마감 1~2시간을 앞두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시간으로는 오전 4~5시께다. 시장이 하락하면 헤지를 위한 매도 물량이 더 쏟아질 수 있고, 이 매도가 다시 지수를 끌어내려 추가 매도를 유발하는 식이다.

S&P500지수 옵션에서 0DTE 거래 비중은 2016년만 해도 5%에 그쳤는데 올해 2월 역대 최고치인 63%까지 높아졌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 옵션’(RUT)도 지난 1월 거래의 23%가 당일 만기였다. 지난달 ‘다우존스지수 옵션’(DJX)에도 0DTE 상품이 출시되는 등 관련 불안정이 미국 증시 전반으로 퍼질 전망이다.

0DTE의 인기는 단시간에 적은 투자금으로 고수익을 노리려는 투기 심리와 맞닿아 있다.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높을수록 옵션에 붙는 프리미엄 가격이 올라간다. 상품의 현물 가격과 거래 행사 가격 간 차이가 클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여서다. 0DTE는 만기 기한이 가까워 구매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가 극히 낮은 확률로 높은 이익을 내는 ‘복권과 같은 보상 구조’에 주목해 해당 상품에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 “투자자 대부분은 5배 손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4년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따르면 0DTE 매수 전략을 한 달간 구사했을 때 연 환산 평균 손실률은 550%에 이르렀다. 드물게 성공한 경우 같은 기간 2500%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이너 베크마이어 독일 뮌스터대 교수는 “0DTE 개인투자자는 거래 비용이 전체 손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0DTE 거래 증가가 증시 변동성을 높이는 것에 대한 우려는 월가에서도 커지고 있다. 피터 치르 아카데미증권 거시전략 책임자는 관련 거래에 대해 “도박, 경마를 보는 것과 같다”며 “(이 때문에) 주가를 0.5%포인트 움직일 만한 뉴스가 1.5~2%포인트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국내 증시에는 0DTE 상품이 없다.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권사의 하루 단위 옵션 매도의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금융 상품 출시를 지원하기 위해 0DTE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를 통해 미국 0DTE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가능하다.

옵션거래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파생상품. 정해진 만기일이 지나면 권리가 사라진다. 콜옵션은 자산을 특정 가격에 살 권리, 풋옵션은 자산을 정해진 가격에 팔 권리를 의미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