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2023년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제조사 넥스플렉스를 약 5300억원에 인수했다. 이듬해 부품 수요 급감으로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자 보험사에 진술보장(W&I) 보험금을 청구했고, 올해 초 500억원 가까운 금액을 수령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인수합병(M&A) W&I 보험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W&I 보험은 M&A 계약서상 매도인의 진술·보장 내용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보험사가 손해를 배상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보험중개업체 마쉬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W&I 보험 취급 한도는 916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 시장도 성장세다. 마쉬코리아가 지난해 중개한 거래 건수는 2024년 대비 15% 이상 늘었고, 의뢰 건수는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마쉬코리아 PE·M&A팀을 이끄는 이혜민 미국 변호사는 “올 상반기 이미 작년 전체 거래 종결 건수의 6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국내 PEF 시장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 PEF는 출자자(LP)에게 수익을 돌려주고 펀드를 청산하는 구조라 매각 후 뒤늦게 생기는 분쟁에 대응하기 어렵다. PEF 운용사들이 소송보다 보험을 선호하는 이유다. W&I 보험은 M&A 협상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주식매매계약(SPA)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진술 및 보장 조항의 책임을 보험사로 넘길 수 있어서다. W&I 보험에 가입한 인수 후보에 가점을 주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최근엔 국내 기업도 W&I 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국문 W&I 보험을 출시하면서 약관을 표준화했다. 외국 보험사도 커지는 W&I 시장에 발맞춰 변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외국 보험사와 가입 절차 진행 시 SPA 및 실사보고서 번역이 필요했으나 이제는 국문으로도 가능해졌다.
W&I 보험에서 실제 보험금을 부담하는 재보험사도 잇달아 한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비즐리, 리스크포인트 등 글로벌 재보험사가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고, AIG는 최근 한국 전담 심사 인력까지 새로 뒀다. 이혜민 변호사는 “한국은 실사가 상대적으로 투명해 보험사의 위험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며 “여러 재보험사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