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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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상장된 단일종목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장 마감 직전 시장가로 주문한 ETF 가격이 50% 가까이 급등하는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레버리지 상품의 높은 변동성과 구조적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 장 마감 직전 50% 이상 급등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전 거래일보다 49.7% 오른 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7.68% 하락했다. 해당 ETF가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ETF 가격 역시 약 15% 하락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동일 기초자산 기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모두 15~16% 하락 마감했다. 유독 해당 상품에서만 정반대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장 마감 동시호가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당 ETF는 장중 내내 내림세를 보였지만 동시호가 시간인 오후 3시20분부터 10분간 약 4만7000주가 거래되며 가격이 급등했다. 거래 규모는 14억1000만원에 달했다.
급락장서 '하이닉스 레버리지' 50% 뛴 까닭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는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공백이 지목된다. LP는 ETF 가격이 실제 순자산가치(NAV)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매수·매도 호가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만 현행 규정상 동시호가 시간에는 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없다. 특히 이날은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면서 단일가 매매 시간이 연장됐다. LP들은 기존 시스템에 따라 호가를 거둬들였지만, 투자자의 주문은 계속 유입돼 매도 호가가 사실상 비어 있는 상태가 됐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을 반영해 ETF 역시 15~16%가량 내린 수준에서 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가 주문을 넣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LP 호가가 사라진 상황에서 시장가 주문이 쏟아지고 매도 물량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져 체결 가격이 급격히 위로 밀려 올라갔다. 실제 종가에 맞춰 매수하려던 투자자들은 예상과 달리 ETF를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매수한 셈이 됐다.

◇ 운용사 “보상 의무 없어”

해당 ETF는 다음 거래일 실제 순자산가치 수준인 1만6000원 안팎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종가인 3만원 수준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개장 직후 40%가 넘는 평가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금융당국의 규정에 따르면 운용사가 투자자 손실을 보상할 의무는 없다. 시스템 오류나 전산 장애가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 절차를 통해 체결된 거래이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당시 거래 주체를 파악하는 한편 LP 운영 체계를 점검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2020년 원유 상장지수증권(ETN) 괴리율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일부 원유 레버리지 ETN은 괴리율이 1000%를 넘어서며 실제 가치의 열 배 이상 가격에 거래됐고, 유가 반등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수천억원대 손실을 봤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상품은 장 마감 동시호가, VI 발동, 유동성 부족 등의 상황에서 가격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장 마감 직전 시장가 주문을 낼 경우 예상치 못한 가격에 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가 주문보다 지정가 주문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양지윤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