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조국 낙선에 담긴 민심…섣부른 복귀가 역풍 불렀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살았던 김경수 전 지사는 2022년 12월 28일 신년 특별사면으로 잔여 형기를 면제받고 풀려난 데 이어, 2024년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며 마침내 정치적 족쇄를 완전히 풀었다. 그는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경상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와 전·현직 도지사 간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막판까지 이어진 초박빙 승부와 역전극 선거는 당락이 선거 이튿날인 4일 오전 9시가 넘어서야 확정될 정도로 엄청난 접전이었다. 특히, 선거 당일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김경수 후보가 박완수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표 중반부터 박완수 후보가 치고 나가며 최종적으로 박 후보가 51.48%, 김경수 후보가 48.51%를 득표해 약 2.97%포인트 차이로 박완수 후보가 승리했다.
경남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험지다. 비록 낙선했으나 보수 진영의 강한 결집 속에서도 48.51%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박완수 후보와 막판까지 초박빙 접전을 벌였다. 이는 그가 여전히 경남 지역에서 강력한 개인 경쟁력과 고정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낙선 확정 후 눈시울을 붉히며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했고 박완수 당선인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며, "비록 선거에서는 졌지만 부울경이 힘을 합쳐 지방주도 성장을 이끌어 나가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끝까지 지역 발전을 당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섣부른 복귀 시도가 역풍을 부른 대표적 사례로는 조국 전 대표를 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정당을 창당하고,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듯했다. 강력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2024년 12월 12일, 대법원의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받으며 이번 22대 국회의원 중 가장 먼저 의원직을 상실해 배지가 떨어지는 불명예스러운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후 수감 생활을 하던 그는 2025년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잔여 형기를 면제받고 복권됐다. 사면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며 이번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지만, 유권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최종 득표율 27.72%를 기록하며 낙선했다.
특히 조 전 대표가 사면·복권된 지 불과 8개월 만인 올해 4월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10개월 만에 실제 선거를 치른 것을 두고 거센 비판이 일었다. 각종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사법부의 심판을 받은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출마를 강행한 것은 대중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선거운동 기간 보수 언론들은 사설 등을 통해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지 불과 1년도 안 돼, 사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배지를 달겠다고 나선 것은 최소한의 반성조차 없는 오만한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조 전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 제로(0석)'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으나, 정작 아이러니컬하게도 야권 성향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를 집중 공격하는 엇박자 전략을 펼쳤다. 이 같은 야권 분열 양상은 결국 진보 진영의 표심을 분산시켰고,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에게 의석을 고스란히 넘겨주는 꼴이 됐다.
전략적 오판으로 선거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면서 조 전 대표는 향후 정계 복귀는 물론이고 선거 이후 예정돼 있던 민주당과의 합당 등 주요 정국 아젠다에서 주도권을 잃었다. 그는 결국 6·3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조 전 대표의 사퇴와 선거 패배로 인해 조국혁신당의 독자적 생존 가능성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당의 정체성이자 가장 강력한 자산이던 '조국'이라는 핵심 브랜드를 잃은 상황에서, 당의 존립 기반인 선명성과 차별성은 급격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의 보편적인 눈높이와 신뢰다. 비록 법적인 제약이 풀리거나 선거 제도를 통해 일시적으로 무대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묵묵히 자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8일 BBS 라디오에 출연한 금태섭 진행자는 "조국 전 장관이 만약 당선된다면 재선인지 초선인지 논란이 될 정도였다"며 단기간에 반복된 출마와 의원직 상실, 그리고 무리한 복귀 시도가 빚어낸 촌극을 지적했다. 대담에 참여한 교수 패널들 역시 "이번에 출마한 사면된 정치인은 전부 낙선했다"고 정리하며 냉혹한 민심을 분석했다. 충분한 자중 없이 사면을 권력 복귀의 지름길로 여긴 정치인에게 유권자는 표를 통해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물론 하남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광재 의원의 사례도 있지만, 그는 피선거권 박탈 후 오랜 자중의 시간을 거쳤다는 점에서 이들과는 결이 다르다. 이 당선자는 과거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2011년 강원도지사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이 박탈됐으나, 2019년 말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