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4조원 '美 관세' 돌려받는다
LG엔솔, 수천억 환급 받을 듯
현대차·삼성SDI 등도 신청 예정
현대차·삼성SDI 등도 신청 예정
이 기사는 6월 7일 오후 2시 40분 한국경제신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작년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11개월 동안 국내 기업이 미국 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낸 상호관세를 환급받는 절차가 개시됐다. 해당되는 국내 기업만 6000여 곳, 금액은 4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3000억원대에 달하는 관세 환급을 신청해 1000억원 이상을 현재까지 돌려받은 것으로 7일 알려졌다. 환급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SDI, SK온 등도 조만간 미국 정부에 관세 환급을 신청할 것으로 확인됐다.
눈치 보던 기업들, 美 관세 환급 신청 '러시'
車부품·배터리·기계·화학 등 대기업 1곳당 수천억 환급 전망
이번 관세 환급은 미국 대법원이 지난 2월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포괄적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환급 신청은 환급 시스템 개발 등을 마치고 두 달 뒤인 4월 20일부터 받기 시작했다. 관세 환급 대상은 지난해 4월 5일 이후 미국에 통관된 상호관세 품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2일 행정명령을 통해 세계 수입품에 기본 관세 10%를 매겼다. 이후 관세를 25%로 올렸지만, 한국은 미국과 협상해 지난해 8월 7일부터 15%의 관세만 내고 있다.
◇수출 규모 210억달러 수준
업계는 관세 환급금이 최소 4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다. 관세청은 IEEPA에 해당하는 상호관세 적용 품목의 대미 수출액을 210억달러(약 32조원·2024년 기준) 정도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은 10%의 관세를 4개월, 15%의 관세를 7개월가량 냈다. 여기에 가전제품 등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함량만큼 추가 관세를 낸 품목 관세도 환급 대상이다.환급 대상 품목은 자동차와 배터리, 철강 가공품, 기계류, 화학제품, 생활가전 등이다. 배터리업계는 전기차용 배터리 셀·모듈·팩,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소재·부품 등이 포함된다. 완성차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상호관세 품목이 아니지만 자동차 부품과 소재, 기계 장비 중 상당수가 환급 대상이다. 철강과 반도체, 알루미늄 등은 상호관세 예외 품목이어서 환급 대상이 아니다.
업계에선 대기업의 경우 회사당 수천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서 들여온 부품과 완성차, 기타 수입 물품에 대해 상호관세를 냈는데 이 금액의 일부인 6800억원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과 일본 등의 대기업도 관세를 환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주 만에 환급…불이익 없을 듯
산업계는 관세 환급 절차가 의외로 간단하고 환급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정부는 관세 환급을 위한 별도의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환급을 신청하면 접수 확인, 관세 재계산 및 통관 기록 검증, 환급금 지급 등의 세 단계로 표시하는데 큰 문제가 없는 사안은 현금 환급까지 2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눈치를 덜 보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적극적으로 관세 환급 신청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최종 환급 작업이 마무리되는 데 60~90일 정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류 코드에 따른 환급 대상인지만 확인되면 환급해주는 구조”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의 관세 환급 판결 이후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별도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다른 형태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교역을 막지 못한 60개국 혹은 경제권을 상대로 이들 지역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10~12.5%의 추가 관세를 매기는 게 대표적이다. 캐나다 유럽연합(EU) 대만 영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한국 등엔 12.5%의 관세가 매겨졌다. 미국 정부는 공개 청문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우섭/양길성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