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서 이사 왔는데"…잠실 아파트 주민들 '날벼락' [현장+]
‘투표용지 부족’ 첫 신고지서 밤샘 농성
경로당 앞 고성·통행 불편…주민들 “생활권 침해”
인근 학교 등교 지도 강화…반출 두고 긴장 계속
경로당 앞 고성·통행 불편…주민들 “생활권 침해”
인근 학교 등교 지도 강화…반출 두고 긴장 계속
투표소가 설치된 서울 송파구 잠실 우성아파트 경로당 앞에는 보수 성향 유튜버와 시민들이 몰려 투표함 반출을 막겠다며 구호를 외쳤고, 주민들은 밤새 소음과 통행 불편을 호소했다. 인근 학교는 등교 시간 학생 안전을 위해 등교 지도 등을 강화했다.
“조용한 아파트였는데”…밤샘 시위에 주민 불편
4일 오전 8시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잠실7동 제2투표소 입구에는 보수 성향 유튜버와 시민 등 1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전날 밤 경찰 비공식 추산 300여 명까지 불어났던 시위대는 아침이 되며 일부 줄었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이 남아 투표함 반출 여부를 지켜보고 있었다.이들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새벽부터 오전 내내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경찰관이 이동할 때마다 “빨리 꺼져라”, “지금 뭐 하는 거냐, 투표함 반출하는 것 아니냐”, “스크럼(저지선) 쳐”라고 소리치며 주변 참가자들에게 저지를 독려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잠실7동 제2투표소 관련 112 신고는 총 135건 접수됐다. 현장에 반출되지 못한 투표함 2개에는 약 2000명의 투표분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20년 넘게 이곳에 살고 있다는 박경환씨는 여든아홉 노모와 함께 산책하던 중 경로당 옆에서 이어지는 고성을 지켜봐야 했다. 박씨는 “살다 보니 살던 아파트 경로당 투표소가 이런 공간이 됐다”며 “주민들이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지내던 환경이 침해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사 온 지 2주밖에 되지 않았다는 주민 류선화씨는 자녀들을 어린이집 통학 버스에 태우며 “조용한 아파트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로당 근처 동 주민들은 잠을 엄청 설쳤다고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피해 사례 수집에 나섰다. 오전 10시께 아파트 내 방송에서는 “어제 잠실7투표소 상황 관련해 주민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입주민대표자회의 등에서 주민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자 한다”고 안내했다. 이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듣지 말고, 과격한 행동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현재 피해 사례를 접수하려고 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실과 관리사무소가 있는 건물이 시위대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오후에 문의해 달라”고 했다.
바로 옆에는 학교…“시위 한동안 이어질 듯”
시위 여파는 아파트 입구에서 도보로 5분 떨어진 인근 학교 등교길까지 번졌다. 오전 8시께 우성아파트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정신여자중·고등학교 앞에서는 교직원들이 경광봉을 들고 등교 지도를 하고 있었다.
현장 긴장감은 점심 무렵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김범진 서울시선관위 사무처장 등 관계자 2명이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시위대가 둘러싸며 진입이 어려워지자 급히 택시를 타고 자리를 떴다. 경찰은 만일의 충돌에 대비해 경력을 집중 배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 경력은 가장 많았던 오전 3시 기준 관할 경찰서 인력과 기동대를 포함해 약 470명이 투입됐다. 오전 11시 기준 우성아파트 19동과 종합운동장역 인근에는 대형 경찰 버스 10여 대가 대기 중이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