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클레르가 7만원?"…수상한 명품 행사에 '북적북적' [현장+]
소비자가 보기에는 롯데와 관련된 행사처럼 보일 수 있는 구조였다. 내부에는 비닐 포장된 의류가 임시 판매대 위에 대량으로 쌓여 있었다. 일부 구역에는 박스와 재고가 그대로 놓였다. 한쪽 판매대에는 ‘몽클레르 7만9000원’, ‘오프화이트 4만9000원’ 등으로 보이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정식 유통 채널 가격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현장 한쪽에는 ‘병행수입 제품 구매 전 주의사항’이라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었다. 안내판에는 해당 제품이 브랜드 본사와 국내 공식 수입사를 거친 제품이 아니라 해외 부티크와 병행수입 업자를 통해 들어온 상품이라는 취지의 설명이 적혀 있었다. 공식 애프터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는 문구도 있었다. 판매자는 ‘정상적으로 검사받고 통관된 병행수입 100% 정품’이라고 안내했다.
온·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짝퉁 장사’
명품 위조상품 유통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임시 판매 행사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최근 유튜브 라이브에서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판매자가 샤넬, 루이비통, 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본뜬 가방과 신발을 판매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판매자는 방송에서 상품명과 가격을 직접 노출하지 않고 제품마다 임의 번호만 붙였다. 구매 희망자에게는 “카톡으로 오라”고 안내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면 가격표와 계좌번호가 전송되는 방식이다.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부 방송은 화면에 브랜드명과 가격을 직접 띄웠다. 최근에는 방식이 더 교묘해졌다. 상품명과 가격을 지우고 번호 코드만 남긴다. 판매자는 “가격은 카톡에서만 안내한다”, “브랜드 이름은 채팅에 쓰지 말라”고 반복한다. 불법 판매가 줄어든 게 아니라 단속을 피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유튜브에는 판매를 암시하는 장면만 남기고 실제 가격표와 계좌번호 등 거래 증거는 외부 메신저로 빼돌리는 구조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상표권 침해 단속으로 압수된 물품은 2023년 943점에서 지난해 9381점으로 1년 만에 약 894%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위조상품 단속에서도 상표권 침해사범 388명이 형사입건됐고 위조상품 14만3000여 점이 압수됐다. 정품가액 기준으로는 4326억원 상당이다. 네이버밴드, 카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를 통한 위조상품 거래가 확산하면서 단속 대상도 오프라인 노점에서 온라인 라이브와 메신저 기반 거래로 넓어지고 있다.
이대 앞 ‘명품 폐점정리’…짝퉁 유통 온·오프 확산
오프라인 행사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병행수입’이다. 병행수입은 상표권자가 해외에서 적법하게 유통한 진정상품을 국내 수입업자가 들여오는 방식이다. 일정 요건을 갖추면 허용된다. 하지만 제품 자체가 진정상품이 아니거나 상표권자가 생산·유통한 상품이 아니라면 병행수입으로 볼 수 없다. 위조상품을 병행수입품처럼 포장해 판매하면 소비자는 정품 할인 행사로 착각하기 쉽다.
행사장 외부에는 ‘롯데아울렛’을 내세운 문구가 크게 걸렸지만, 실제 롯데가 주관한 공식 행사인지, 철수 브랜드 재고를 공급했는지, 명칭 사용을 허락했는지는 현장 안내만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해당 행사는 당사와 전혀 무관하다”며 “당사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 해당 업체에 상표권 침해 사실을 알리고 변경을 요청한 뒤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건에 대해서도 담당 부서에서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단속 피해 ‘병행수입’ 포장…"갈수록 교묘"
전문가들은 플랫폼과 오프라인 현장 단속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시간 방송은 영상 삭제 전 증거 확보가 중요하고, 오프라인 임시 판매장은 사업자 정보와 수입신고 자료, 정품 입증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가 가격만 보고 구매했다가 위조상품으로 확인되면 환불도 쉽지 않다. ‘몽클레르 7만원’처럼 상식 밖의 가격이 붙은 명품 행사에는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우경 법무법인 굿플랜 변호사는 “위조상품 판매가 단속이 미비한 탓에 지하로 숨은 게 아니라 유튜브·SNS로 고객을 모으고 가격·결제만 오픈채팅으로 넘기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오프라인 행사도 ‘폐점정리’ ‘병행수입’ 같은 표현으로 공식 행사처럼 보이게 했다면 상표권 침해와 표시·광고 문제, 공정거래법상 부당고객유인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