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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테크 거물들에게 '영생'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책마을]
불멸의 설계자들
알렉스 크로토스키 지음 / 최정숙 옮김
미래의창 / 368쪽│2만2000원
노화 극복 기술 개발 전쟁
"암 정복 정도는 대단한 일 아냐"
美 정부에 '장수연합'까지 구축
특정 계층만 기술 향유 우려도
알렉스 크로토스키 지음 / 최정숙 옮김
미래의창 / 368쪽│2만2000원
노화 극복 기술 개발 전쟁
"암 정복 정도는 대단한 일 아냐"
美 정부에 '장수연합'까지 구축
특정 계층만 기술 향유 우려도
과거였다면 사이비 의학의 컬트로 치부했을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존슨의 행동은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지배하는 새로운 야망의 압축판이다. 그들의 다음 목표는 스마트폰도, 인공지능(AI)도 아니다. ‘죽음의 종식’이다.
알렉스 크로토스키의 신간 <불멸의 설계자들>은 이 거대한 욕망의 지형도를 그린다. BBC 등에서 에미상을 석권한 작가·방송인이자 옥스퍼드대·런던정경대 연구원 출신인 저자는 수년간 실리콘밸리의 ‘불멸 산업’을 밀착 취재하며 그 실체를 파헤쳤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는 수명 연장 스타트업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시스’에 1억8000만달러(약 2650억원)를 쏟아붓고 전용 AI 모델까지 지원했다. 이 AI의 이름은 GPT-4b로, 오직 이 회사만을 위해 개발된 생명공학 특화 모델이다. 올트먼 측은 이를 활용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궁극적으로 인간 수명을 10년 이상 연장하겠다는 1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이미 시작했다.
피터 틸 페이팔 공동 창업자와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이 투자한 온두라스의 스타트업 특구 ‘프로스페라’는 더 노골적이다. “죽음을 선택 사항으로 만드세요”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 도시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 없이도 노화 치료제를 맞을 수 있다. ‘장수 네트워크 국가’의 전초기지를 자처하는 이곳은 국가 권력을 뛰어넘는 기술 시스템을 비전으로 내건다.
이 야망은 실험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2023년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몬테네그로 해변에서 ‘주잘루’ 컨퍼런스를 열었다. 200여 명의 기술 만능주의자가 모여 장수 식단을 먹으며 불멸의 미래를 설계했다. 장수 국가를 통치하는 법, 자금을 조달하는 법을 논한 이 모임은 단순한 사교 행사가 아니었다.
구글의 기술자 레이 커즈와일은 하루 수백 알의 영양제를 복용하며 AI와의 융합이 죽음을 물리치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로 인간 의식의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 자리를 만들고 워싱턴에 ‘장수 연합’까지 구축하며 제도권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질문은 하나다. 이 기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현재 미국에서는 일부 빈민이 혈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렇게 모인 혈장은 브라이언 존슨 같은 이들의 역노화 실험에 쓰인다. 부유층은 수천만원짜리 바이오해킹 서비스를 누리고, 빈곤층은 그 재료를 제공하는 구조다. 책은 이렇게 경고한다. “급진적 수명 연장은 오직 자금줄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가속화되고 보급될 것이다.”
저자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노화를 조절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실제로 쌓이고 있다. 동시에 이 산업에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과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사이비 과학이 뒤섞여 있음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죽음을 정복하겠다는 꿈은 인류만큼이나 오래됐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고, 알렉산드로스가 신을 꿈꿨듯. 다만 이번엔 그 꿈을 꾸는 자들의 손에 수조원의 돈과 AI가 쥐어져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