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갈등·양극화·노조 역할…삼성 '성과급 논란'이 남긴 것
파국 피했지만…기업들 '초과이익 배분' 고민 시작
직무·부서간 이해충돌로 균열
노조 존재 이유 '재설정' 과제
AI 특수 속 원·하청 '양극화'
협력사는 납품단가·인력난
직무·부서간 이해충돌로 균열
노조 존재 이유 '재설정' 과제
AI 특수 속 원·하청 '양극화'
협력사는 납품단가·인력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김 실장이 띄운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삼성전자 노조가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했다. ‘초과이윤 배분 청구서’를 내밀면서다.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은 파국 직전 멈춰 섰지만,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안정화할지에 관한 고민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번 논란은 노동 시장, 기업 경영, 산업 생태계, 사회적 양극화, 국가 재정 운용 등 전 영역에서 한국 사회가 반복해서 마주할 갈등의 예고편이라는 점에서다.
◇노노 갈등·직장의 양극화 잉태
노노 갈등을 수면 위로 드러낸 것도 이번 논란의 특징이다. 같은 회사에서 흑자를 낸 사업부와 부진한 사업부, 성과급을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큰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 간 균열이 일어났다. 노노 갈등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연대’라는 과거 노동운동의 가치가 빠르게 퇴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전력기기, 조선, 방위산업처럼 AI와 글로벌 패권 경쟁의 승자 기업이 초과이익 배분을 고민할 때 내수 서비스업, 중소 제조업 등 소외 기업은 고물가와 인건비 부담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 존재 이유 재설정 과제로
하지만 같은 AI 특수를 놓고 원청 정규직원이 수억원대 성과급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 협력업체는 여전히 납품단가와 인력난에 신음하고 있다. 같은 공장을 움직이는 제조 현장에서도 원청 정규직과 협력사 직원, 파견·용역 인력이 체감하는 호황 정도가 전혀 다르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으로 교섭권을 갖게 된 하청 노조가 원청과 별도로 교섭을 요구하면서 같은 파이를 놓고 싸우는 노노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조가 존재 이유를 재설정하는 것 역시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기업도 노조가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인지, 특정 사업부에 속한 일부 조합원 이익을 우선시하는 조직인지 역할 재설정을 요구받게 돼서다. 노무 관계 전문가는 “앞으로 노조의 힘은 회사와 얼마나 강하게 싸우는지보다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조정하는지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갈등 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되돌아봐야 할 과제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에 중앙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는 물론 국무총리와 대통령까지 나서야 했다는 점에서다. 한국 수출의 22.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파업 리스크를 줄였다는 점에서 정부 개입은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AI 시대 초과이익이 커질수록 노사 갈등의 조정 역할을 누가 맡을지는 고민거리로 남았다.
정영효/곽용희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