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그룹 본사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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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그룹이 지난 2024년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을 대출하며 담보로 잡은 4조8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3분의 1 토막'으로 폭락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의 추가 담보 여력이 부족해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지원이 어렵다는 취지다.

메리츠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시장 상황과 낮은 유동성을 고려해 평가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매각된 3개 점포(신내점·유성점·동광주점) 사례를 들어 합리적이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비공개 간담회서 "담보가치 70% 급락" 주장


19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과 김중현(메리츠화재)·김종민(메리츠증권) 사장 등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홈플러스 문제 해결 태스크포스(TF) 소속 국회의원 일부와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메리츠가 홈플러스를 문 닫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역할을 주도적으로 맡아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메리츠는 자신들이 선순위 수익권을 가진 홈플러스 부동산 담보신탁의 가치는 1조5000억~1조60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의 선순위 담보신탁 채권자다. 2024년 5월 22일 홈플러스는 메리츠로부터 연 11.5~14% 이자율(YTM)에 1조3000억원을 빌리며 보유하고 있는 자가 점포 62곳 전부를 담보로 제공했다. 홈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62개 점포를 신탁회사에 맡기고 메리츠가 해당 부동산담보신탁의 우선수익권 형태로 담보권을 확보하는 구조를 활용했다. 담보로 잡힌 점포들의 감정가액은 대출약정 체결 당시엔 4조8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의 주장대로라면 불과 2년 만에 가치가 68% 폭락한 것이다.

홈플러스 신탁자산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메리츠의 판단은 최근 홈플러스와의 DIP 금융 협상이 결렬된 원인 중 하나다. 메리츠는 정치권 요구에 1000억원 규모 브릿지론을 검토했으나 그 조건으로 MBK의 연대보증을 내세웠다. MBK와 홈플러스는 연대보증 제공 여력이 없다며 거절했고, 대신 부동산 신탁자산 수익권에 대한 후순위 질권 제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메리츠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 신탁자산 가치가 1조5000억원이라면 메리츠(선순위·약 1조2400억원)와 하나증권(중순위·1500억원)을 빼면 담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신탁자산의 부동산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회생 절차상 핵심 쟁점이다. DIP금융은 물론, 후순위 회생채권자들의 변제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 관리인 조사보고서에서 홈플러스 신탁자산을 4조7827억원으로 봤다.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조사보고서에선 급매, 명도 비용 등 청산조정을 거쳐 2조8174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생법원 선임 감평법인은 토지만 2.7조 평가


메리츠가 주장하는 1조5000억~1조6000억원은 시장에 알려진 홈플러스 부동산 담보 가치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난다. 홈플러스는 올해 2월 서울회생법원이 선임한 감정평가법인에서 신탁자산으로 돌린 점포들의 토지에 대해서만 가치를 다시 평가받기도 했다. 업계 최상위 수준의 감정평가법인이 진행한 홈플러스 토지 감정가액은 2조7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는 한국경제신문에 "현재 실제 매각 시 실무적으로 현장 경험 풍부한 전문가들이 판단하기에 현실적인 가능 가격은 낮은 유동성을 감안하면 최초 감정가 대비 40%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조5000억~1조6000억원의 담보가치는 선순위, 후순위 채권금액을 간신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여기서 최후순위로 질권을 또 설정한다는 건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회생채권자 이익 침해 소지가 커 MBK의 제안을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메리츠는 "MBK의 이행보증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대주주인 MBK의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기 때문에 배임 방지, 주주설득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MBK는 그간 홈플러스 경영악화에 모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에게 책임과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데 이는 홈플러스 사태를 넘어 시장 질서를 심각히 저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 측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팔린 신내점·동광주점·유성점 등 3건 매각가는 감정가의 40%보다 비싸게 팔렸다"며 "1조5000억원은 근거 없는 숫자"라고 말했다. 이어 "회생절차에서 주주는 어떠한 권한도 없고 관리인은 법원의 지도·감독과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많은 이해관계인이 있는데 헐값이 아닌 제값에 팔려고 노력하는 게 선순위 채권자의 사회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송은경/하지은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