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칼럼] 황금빛 입맞춤은 정말 황홀했을까
세계적 인기 클림트의 '키스'
그 안에 담긴 애처로운 해석들
김선경 칼럼니스트
그 안에 담긴 애처로운 해석들
김선경 칼럼니스트
‘키스’ 앞은 언제나 사랑꾼들로 가득하다. 무척 익숙한 그림이지만 바로 눈앞에서 직접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왜 이토록 열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꺾어 열정적으로 입을 맞추는 사내와 황홀한 듯 눈을 감은 여인. 클림트의 ‘황금 시기’를 대표하는 눈부신 금장식과 발치에 흐드러진 꽃들은 내 시선을 단숨에 빼앗았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클림트가 1908년 그림을 대중에게 공개하자마자 거액을 주고 이 작품을 사들였다. 구입가는 2만5000크로네. ‘키스’ 이전까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가격은 500크로네였다고 한다.
‘키스’는 정말 황홀한 순간을 담아낸 것일까. 작품 속 인물을 아폴론과 다프네로 보는 입장이 있다. 에로스의 장난으로 사랑의 화살을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에게 집착과도 같은 사랑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납의 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그를 혐오하게 된다. 다프네는 신에게 구원을 청했고 그녀의 몸은 서서히 나무로 굳어갔다. 클림트가 나무로 변해가는 다프네에게 아폴론이 마지막으로 입을 맞추는 절박한 찰나를 담았다는 주장이다.
‘키스’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설도 있다. 오르페우스는 세상을 떠난 아내 에우리디케를 이승으로 다시 데려오기 위해 저승까지 내려갔다. 오르페우스는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단서 조항을 지켜야만 아내를 무사히 데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만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끌려가게 된다. 이 해석은 바로 그 찰나에 주목한다. 아내가 연기처럼 사라지기 직전에 오르페우스가 그녀를 가까스로 붙잡고 입맞춤을 나누며 작별하는 장면을 클림트가 재해석했다고 본 것이다.
클림트는 ‘키스’의 뒷이야기에 관해 직접 밝히지 않아 두 가지 해석이 진짜인지 아니면 제멋대로 한 추측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두 관점에서 그림을 다시 보면 조금 달라 보인다. 여인의 발 뒤로 놓인 아찔한 벼랑과 위태로운 자세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1908년 처음 전시할 당시 제목은 ‘키스’가 아니라 ‘연인들’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너나없이 ‘키스’라고 부르다 보니 굳어진 것이다. 작가가 붙인 ‘연인들’이라는 제목이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관계 전반을 포괄한다면 ‘키스’라는 제목은 순간의 짜릿한 행위와 그 찰나의 절정에만 집중한다.
원래 제목인 ‘연인들’을 되새기면 감상이 사뭇 달라진다. 사랑 안에 깃든 기쁨뿐 아니라 불안과 슬픔까지 드러난다. 클림트 역시 벨베데레 궁전의 옛 주인처럼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물론 세상을 떠난 뒤에는 열네 명이 친자임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낼 만큼 사생활은 복잡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뜨겁게 키스를 나누며 수많은 뮤즈를 탐닉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을 약속할 ‘단 한 명의 연인’은 끝내 곁에 두지 않았다.
‘키스’는 찰나의 황홀함 뒤에 가려진 관계의 위태로움과 결국 사랑은 영원할 수 없다는 서늘한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그림 앞에서 입을 맞추며 사진을 남기는 연인들을 떠올려본다. 과연 그들은 이 눈부신 금빛이 끝내는 사라질 빛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적어도 자신들의 사랑은 그 비극적 운명을 피해 갈 거라 믿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