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페이스북은 어쩌다 '매정한 권력'이 됐는가
케어리스 피플
세라 윈윌리엄스 지음
안진환 옮김 / 디플롯
496쪽│2만3000원
세라 윈윌리엄스 지음
안진환 옮김 / 디플롯
496쪽│2만3000원
하지만 그 믿음은 무너져 내려갔다. 세라 윈윌리엄스의 신작 <케어리스 피플>은 세상을 잇겠다는 페이스북의 이상이 어떻게 무책임한 권력으로 변질했는지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공공정책 책임자로 일하며 마크 저커버그 등 핵심 의사결정권자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저커버그는 위험할 만큼 무심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정책보다 엔지니어링에 더 관심이 많았고,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문제는 그가 만든 플랫폼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도구 가운데 하나가 됐다는 점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태도는 순진함이 아니라 책임 회피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질책까지 받은 그는 미국 대권 도전도 꿈꾸게 된다.
저작 <린 인>을 통해 여성 리더십의 상징이 된 셰릴 샌드버그를 향한 시선도 날카롭다. 가면을 쓴 것이라고 책 속에서 그려진다. 저자는 여러 사람에게 소리 지르고 질책하고,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장면을 지켜봤다. 출산 진통 사이로 셰릴에게 보낼 메시지를 정리해야 했던 그는 ‘떠나기 전에 먼저 물러서지 말라’는 <린 인>의 문구를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가 지켜본 페이스북의 변화는 성장 압박이 주도했다. 상장 이후 주가가 흔들린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 밖 시장이 중요해졌고, 각국 정부를 설득하고 규제를 넘어서며 시장을 여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원칙은 조금씩 밀려났다. 저자가 이용자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두고 세운 기준은 현실 앞에서 무력해졌다. 판단의 기준은 점점 단순해졌다. 페이스북이 해당 국가에서 차단될 위험이 있는가, 없는가.
미얀마와 중국, 선거, 청소년 타깃 광고에 관한 대목은 페이스북의 무책임이 얼마나 구체적인 피해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페이스북에 게시된 가짜뉴스가 군부의 집단학살로 이어진 미얀마에 대해 페이스북이 애초에 진입하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정부를 위해 알고리즘과 얼굴 인식 기술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맞춤형 설정까지 제안했다는 폭로도 충격적이다.
저자가 생각한 페이스북의 문제는 ‘알면서도 돌보지 않는 태도’였다. ‘케어리스 피플’은 <위대한 개츠비>에서 따왔다. 사물과 생명을 짓부수고, 돈과 무심함 속으로 물러난 후, 벌여놓은 난장판은 다른 이들이 정리하게 내버려 두는 사람을 말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