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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회사 대표' 김진표, 외조부 뜻 이어 문화재단 출범
고홍명·함은숙 문화재단은 지난 13일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출범 기념식을 열고 공식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재단은 한국빠이롯드만년필(현 한국파이롯트)을 설립하고 평생을 한국 필기구 산업에 헌신해 온 고(故) 고홍명 회장과 함은숙 사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공익 문화재단이다. 김진표는 고 회장의 외손자로, 현재 한국파이롯트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재단은 글을 쓰는 기쁨과 기록의 가치를 사회에 확산하고자 했던 두 사람의 정신을 이어받아 '쓰는 것을 지지하는 재단'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고 회장이 생전에 남긴 설립 의지가 약 10년 만에 실현됐다.
'기력이 떨어져서…'
고 회장의 마지막 일기장에는 아흔의 나이에 흐트러진 글씨로 이같이 적혀 있었다. 김진표는 고 회장이 남긴 낡은 일기를 직접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록의 힘'을 재발견했고, 이는 재단의 방향성 확립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재단은 창작자들에게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조성해 주고, 대중이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다목적 창작·전시 공간 '스튜디오 고함'을 운영하며,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쓰기'를 중심으로 한 문화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이동식 벽과 수납식 히든 좌석을 도입해 소규모 출판 행사부터 다양한 형태의 기획 전시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재단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고함 악필 대회'와 연계된 수상작 전시 '악필, 그 울림.' 공개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글씨는 없다'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번 전시는 흔들렸기에 살아있고, 반듯하지 못해 오히려 더 선명한 감정이 담긴 '악필' 뒤에 숨겨진 우리의 삶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함 악필 대회'에는 약 2주간 총 7307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김이나 작사가와 공병각 캘리그래피 작가의 심사를 거쳐 총 26점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김진표 이사장은 "'쓰는 것을 지지하는 재단'으로서 창작자 지원과 '쓰기' 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