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장기 부품 공급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1부(고법판사 박영주 김민기 최항석)는 13일 브로드컴 본사 및 계열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공정위는 2023년 9월 브로드컴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삼성전자에 불리한 장기 공급계약(LTA)을 강요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191억원을 부과했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용 무선통신·와이파이·블루투스 관련 반도체의 핵심 공급업체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2020년 삼성전자가 부품 공급 다원화 전략에 따라 경쟁사 부품을 일부 채택하자 구매 주문 승인 거부, 제품 선적 지연, 생산 중단 가능성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장기계약 체결을 강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S20 등의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브로드컴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7억6000만달러어치 이상의 부품을 구매하고, 약정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차액을 배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위는 스마트폰 부품 산업 특성상 공급업체를 단기간에 교체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다른 부품으로 교체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재설계·인증 절차가 필요해 삼성전자가 협상에서 사실상 불리한 위치에 놓였고, 브로드컴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약 1억6000만달러의 추가 비용 부담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3억2630만달러 상당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2024년 7월 미국 법원에 브로드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으나, 같은 해 11월 양측 합의로 종결된 바 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가 약속한 물량을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아 공급 조건을 계약서 형태로 명확히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