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원 "지방간, 환자 맞춤 치료 이뤄져야…산학연 '임상 협업' 절실"
“지방간 치료는 약보다 먼저 ‘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비만과 대사질환이 급증하며 지방간이 핵심 간질환으로 부상했지만, 고가 약물과 진단의 한계로 치료 환경은 여전히 초기 단계입니다. 학계와 기업, 정부가 협력하는 데이터 기반의 새 치료 패러다임을 마련하는 게 시급합니다.”

국내 간질환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전대원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는 13일 지방간 질환 치료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 계열 지방간 신약이 잇따라 승인되며 치료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과의 간극은 여전하다는 게 전 교수의 지적이다. 다음은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지방간 질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이라고 불렀지만 최근에는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MASH는 비만, 당뇨 등 대사 이상으로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되는 질환으로, 방치할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대한간학회에서도 관련 연구회가 꾸려져 치료 전략과 신약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치료제가 나왔지만 ‘판’이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로는 레스메트롬과 세마글루타이드 두 가지가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레스메트롬은 연간 약가가 7000만~8000만원 수준으로 매우 높아 국내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이미 비만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지방간 치료에 오프라벨로 쓰이기도 한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치료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도 승인 약물이 등장했다는 점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방간 치료는 지방 감소와 섬유화 개선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약은 아직 없다. 접근성도 문제다. 고가 약물과 주사제 중심이라는 게 한계다. 현재로서는 체중 감량과 생활 습관 교정이 치료의 중심이다. 임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확실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진단과 규제의 현실적인 변화는 어떤가.

“원칙적으로는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지방간 환자가 전체 인구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모든 환자에게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에선 인구 중 30%가 지방간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FDA가 조직검사 없이도 약물 사용을 허용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다. 지방간이 희소 질환이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조건부 승인을 내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조건부 승인은 일반적으로 희소 질환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만큼 치료제가 없고 질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완전한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먼저 접근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FDA의 판단이다. 실제 임상 데이터가 쌓이면 승인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지방간은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간은 단순한 간질환이 아니다. 진행되면 섬유화와 간경변을 거쳐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B형간염이 간암의 주요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대사질환 기반 지방간이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간암과 간이식의 주요 원인이 지방간으로 바뀌고 있다. 문제는 지방간 기반 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증상이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 시점에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진단 시점을 앞당기려면 고위험군을 선별해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을 앓는 환자를 중심으로 영상 검사와 혈액검사를 병행해 변화 추이를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명확한 조기진단 도구가 부족하다는 것도 한계다.”

▷향후 간암 치료의 방향은.

“간암 치료는 면역항암제 도입으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반응률이 제한적이다. 환자 간 이질성이 크기 때문에 동일한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기 어렵다. 앞으로는 새로운 약을 추가하는 것보다 환자별로 맞는 치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오가노이드나 디지털 트윈 같은 기술을 활용해 약물 반응을 예측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오가노이드는 환자의 조직을 기반으로 만든 미니 장기다. 실제 인체와 비슷한 환경에서 약물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환자의 임상 데이터와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가상의 환자 모델을 구축해 치료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결국 간질환 치료의 핵심은 신약 자체보다 데이터 기반 환자 분석 능력으로 이동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