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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기간에 작품 거래…'130년 불문율' 깨진 베네치아
크리스티, 큰손들에 그림 판매
전시비 오르자 비밀 매장 열어
전시비 오르자 비밀 매장 열어
흉가처럼 변해버린 이 집에 세계 미술시장의 ‘큰손’ 들이 차례로 들락거렸다. 글로벌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을 틈타 마련한 비공개 판매 전시 ‘고스트 파빌리온’에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이 집의 벽에는 앤디 워홀, 루이스 부르주아 등 현대미술 대가부터 에두아르 마네, 티치아노, 윌리엄 터너 등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이 걸렸다. 최소 7억원에서 최대 700억원짜리 작품들이다.
130년 역사의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행사 기간에 경매회사가 판매전을 연 건 처음이다. 비상업성을 표방하는 행사이니 만큼 작품 거래를 하지 않는 건 미술계의 불문율이었다. “베네치아에서 보고 아트바젤이 열리는 스위스 바젤에서 사라”는 말이 있었던 이유다.
비엔날레 기간 작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크리스티는 판매전을 열었고, 소더비는 올해 VVIP 회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관람 및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등 주요 미술관에서 조찬·만찬 서비스를 제공했다.
팔라초 브라가딘 카라바에서 열리는 미국 출신의 화가 멜 라모스의 회고전은 약 100점 중 대부분이 구매 가능하다. 작품당 가격은 최대 26억원에 이른다. 전시장 안에서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수백만원 상당의 석판화도 팔고 있다.
불문율이 깨진 데는 최근 전시 비용이 인상된 영향이 컸다. 비엔날레의 한정된 예산으로는 전시에 나오는 작품들의 제작·운송·설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 비엔날레 전시 비용은 대개 갤러리들이 댄다. 마크 글림처 페이스갤러리 대표는 미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페이퍼에 “전시 비용을 회수하려면 작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미술품 판매·수입 부가세를 22%에서 5%로 낮춘 것도 거래를 부추겼다. 미술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권위는 이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네치아=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