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비자 등 돌리게 하는 도 넘은 광고
불륜 소재 치킨 광고 논란
유행만 좇다 소비자 신뢰 잃어
류은혁 유통산업부 기자
유행만 좇다 소비자 신뢰 잃어
류은혁 유통산업부 기자
최근 광고업계에선 이른바 ‘B급 감성’(촌스럽지만 재미있는 비주류 감성)으로 포장한 자극적인 설정의 콘텐츠가 넘쳐난다. ‘조회 수’와 ‘화제성’이 광고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여겨지면서다. 단기간에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너도나도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다. 누구나 AI 기반 영상 제작·편집 기술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된 점도 이런 흐름의 배경이다.
이번 페리카나 광고도 최근 해외에서 유행하는 ‘과일 막장 드라마’ 형식을 그대로 베꼈다. 이 드라마는 딸기, 바나나 등 과일을 의인화한 캐릭터가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을 담았다.
SNS 시대에 잘못된 광고의 파장은 더 크다. 논란이 된 광고가 순식간에 퍼지고, 한번 각인된 이미지는 오래도록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번에 논란이 된 페리카나 광고 분량은 56초에 불과했다. 광고는 짧았지만, 브랜드가 입은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시드물 사례도 비슷하다. 시드물은 인터넷 방송 진행자(BJ) 과즙세연과 협업해 제품을 홍보했다가 소비자 반발에 고개를 숙였다. 이 기업의 주요 고객층이 여성인데 ‘성 상품화’ 논란이 있는 인물을 마케팅에 활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불매운동까지 거론됐다.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기업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광고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제작하는 목적이 뚜렷한 콘텐츠라는 점이다. 화제성보다 소비자 신뢰가 더 중요하다. 잠깐 화제가 되더라도 소비자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신뢰를 잃는다면 결국 브랜드에 독이 된다. 유행을 좇는 데 몰두하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마음을 놓치기 쉽다.
광고가 남겨야 할 것은 자극의 잔상보다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신뢰다. 최근 일부 기업은 이를 망각하고 있다.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데 몰두한 나머지 왜 이런 광고를 만드는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놓친다. 광고는 기업의 얼굴이자 소비자에게 건네는 메시지다. 그 메시지에 품격과 배려가 없다면, 아무리 화제가 돼도 결국 브랜드 가치만 갉아먹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