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북해 폐쇄 가스전 재가동…유럽 공급망 재편 가속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르웨이 정부는 북해의 알부스키엘(Albuskjell), 베스트 에코피스크(Vest Ekofisk), 톰멜리텐 감마(Tommeliten Gamma) 가스전을 오는 2028년부터 다시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들 가스전은 마지막 생산 이후 약 40년 만에 재개발되는 것이다. 1998년 최종 폐쇄된 뒤 장기간 중단 상태에 있었다.
노르웨이 정부는 이번 결정이 독일과 영국의 가스 수요 대응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테르예 아슬란 노르웨이 에너지부 장관은 “노르웨이의 석유·가스 생산은 유럽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갈등 이후 안정적 공급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현재 서유럽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러시아를 대신해 유럽 주요 국가들의 최대 가스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오슬로 정부는 민주주의 국가 기반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극권 시추 권한 인정 등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노르웨이 노동당 정부는 이날 신규 탐사 광구 70곳도 추가로 공개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북극권 안쪽 바렌츠해에 있다. 노르웨이 주요 3개 정당은 대체로 추가 시추 확대에 찬성하고 있지만, 노동당 연립정부를 지지하는 일부 좌파 정당과 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신규 석유·가스 개발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규모 국부펀드를 운용하면서 동시에 최대한의 화석연료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기후 위기 대응과 화석연료 확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자산은 현재 2조달러를 넘는 규모다.
재가동 대상 가스전은 노르웨이 남부 해안 인근 초대형 에코피스크(Ekofisk) 유전 주변에 있다. 이들 가스전은 1977년부터 1988년까지 생산됐으며, 현재도 가스와 콘덴세이트 형태로 석유 환산 기준 9000만~1억2000만배럴 규모의 매장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은 2028년부터 재개되며 추가로 약 20년간 운영될 예정이다.
생산 가스는 독일로 수출되고, 콘덴세이트 일부는 영국으로 공급된다. 미국의 ConocoPhillips와 노르웨이의 Vår Energi, Petoro, 폴란드의 Orlen 등이 해당 가스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생산 확대를 넘어 유럽의 장기 에너지 전략 변화와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 축소가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구조적 재편 단계로 접어들면서 북해와 북극권 개발 압력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유럽 내 탄소 감축 정책과의 충돌은 계속 변수로 남아 있다. 북극권 신규 시추 확대가 실제 투자와 생산으로 이어질 경우 환경 규제 논쟁이 다시 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유럽 각국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공급 안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노르웨이의 추가 탐사 허가 규모와 독일·영국의 장기 가스 구매 계약 확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북해 재개발이 유럽 에너지 안보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