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라 남은 단군 이래 최고 화가의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기획전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단원풍속도첩' '기로세련계도' 등
천재 화가의 화업 한 눈에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단원풍속도첩' '기로세련계도' 등
천재 화가의 화업 한 눈에
도화서(국가 그림 전담 기관) 소속 화원이긴 했지만, 영락한 중인 집안 출신이었던 김홍도는 ‘뜰 원(園)’자 들어간 호가 무색하게 이를 내걸 정원 딸린 집 한 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표암은 쓸모없는 현판보다 김홍도가 누구이고,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갖춘 화가인지를 담은 <단원기(檀園記)>라는 간략한 전기를 지어준다. 한국 회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의 행적과 작품세계의 큰 줄기를 알 수 있는 귀한 기록이 무주택자 제자에 대한 스승의 안타까움에서 나왔을 줄 누가 알았을까. 다만 글의 머리말을 보면 표암의 눈에 비친 김홍도의 재능은 특별했던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고금의 화가들은 각기 한 가지만 잘하고 여러 가지는 잘하지 못하는데, 김군 사능(士能·김홍도의 자)은 우리나라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을 전공하였는데 못 하는 것이 없다. 인물·산수·선불·화과·금충·어해에 이르기까지 모두 묘품(妙品)에 들어 대항할 이가 없다. 인물과 풍속을 모사함에 더더욱 뛰어나 공부하는 선비, 장사꾼과 나그네, 규방과 농부, 누에 치는 여자, 거친 산과 들의 나무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를 곡진하게 그려 어색한 것이 없으니 이것은 옛적에도 없던 솜씨다….’ 김세황 <단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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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핵심은 단연 서화2실에 마련된 김홍도의 주제전이다. 그의 전성기부터 노년까지 이어진 화업이 펼쳐진다. 보물인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25점 중 ‘씨름’, ‘서당’ 등 11점이 나열돼 있다. 조선을 대표하는 풍속화로 교과서에서도 본 익숙한 그림들로, 직접 눈으로 보면 더욱 생생하다. 김홍도가 백성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했음을 잘 알 수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김홍도는 단군 이래 최고 화가”라며 “진경산수화를 연 겸재가 미술사적 중요도가 높지만, 실력으로는 김홍도가 위”라고 말했다.
회화1실은 단원과 스승 표암을 우애를 조명한다. 보물로 지정된 강세황의 ‘자화상’이 눈길을 끈다. 옥색 평상복 차림의 그림엔 ‘마음은 산림에 있으나 이름은 조정에 올랐다’는 글이 쓰였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예술가인 표암은 기로정시(노인을 우대해 실시한 특별 과거)에 장원급제해 예조판서까지 오른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김홍도의 재능을 알아챈 후 그를 조선 최고의 화원으로 키워냈다. <단원기>에서 그는 ‘(김홍도가) 내 문하에서 재능을 칭찬했고, 같은 관청에 있으면서 함께 거처했고, 예술계에서 지기로 느꼈다’며 그와의 특별한 관계를 쓰기도 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