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뜨고 정유공장 멈추고…고유가發 '수요파괴' 본격화
국제 유가 4년만에 최고
현물 프리미엄은 급락
정유사 원유 구매 줄어들자
WTI 웃돈, 22弗서 7弗로 뚝
현물 프리미엄은 급락
정유사 원유 구매 줄어들자
WTI 웃돈, 22弗서 7弗로 뚝
◇ 반 토막 난 웃돈
아시아로 운송되는 미들랜드산 WTI 프리미엄도 두바이유 가격 대비 배럴당 4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배럴당 20~22달러까지 떨어졌다. 아시아로 보내는 캐나다 TMX 송유관 경유 원유의 기준 프리미엄은 4월 초 런던 ICE거래소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8달러에서 지난주 4달러 안팎으로 내려왔다. 노르웨이 에코피스크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 프리미엄도 2주 사이 절반으로 떨어져 배럴당 10달러 미만으로 집계됐다.
이런 변화는 석유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8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달 전만 해도 하루 73만 배럴 증가를 예상한 것과 상반된다. 올 2분기 석유 수요는 하루 150만 배럴 줄어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에너지 상품 거래 업체 스파르타코모디티스의 준 고 선임애널리스트는 “이번 프리미엄 조정으로 현물 가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실물 원유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위기 이전보다 높게 유지되겠지만 공황 수준의 기록적 고점까지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유가 적응이 살길”
원유 수요는 정유사가 먼저 줄였다. 석유 제품 채산성이 떨어지자 아시아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처리량을 줄이고 있다. IEA는 4월 아시아와 중동 정유사들이 하루 약 600만 배럴의 정제 가동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비싼 원유 가격을 정유업계가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데이터 분석 업체 케이플러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춰 아시아 수요가 둔화하기 시작했고, 시장의 관심은 ‘패닉 매수’에서 선별적인 조달로 옮겨가고 있다”고 밝혔다.석유 수요 감소는 다양한 석유 제품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IEA는 2분기 나프타, 액화석유가스(LPG), 에탄 등 수요가 2월 전망치 대비 하루 15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프타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에선 여천NCC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산업 전반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요도 빠르게 줄고 있다. 일본에서는 3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중동에서 석유 공급 차질로 화학과 연료 제품 생산을 축소한 영향이다. 항공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오는 10월까지 단거리 노선 2만 편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향후 6개월 일정을 약 5% 감편했다. 미국 내 항공유 가격은 전쟁 이후 70% 가까이 상승했다.
세계 곳곳에서 소비자도 관련 소비를 줄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부활절(4월 5일) 전주 미국 휘발유 수요는 하루 860만 배럴로 전년 같은 시기 부활절 수요보다 9% 적었다. 인도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부족으로 등유, 석탄, 장작이 임시 대체재로 등장했다. 호주 빅토리아·태즈메이니아주는 한시적으로 대중교통을 무료화했다. 미얀마는 자가용 운행을 격일로 제한하기로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