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손바닥만 한 그림에 담긴 30년…모린 갈라스 한국 첫 개인전
같은 집, 같은 바다 반복하며
미국 풍경화 새 지평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서 5월 16일까지
미국 풍경화 새 지평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서 5월 16일까지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에 걸린 모린 갈라스(66)의 그림을 처음 마주한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곤 한다. 가로 30cm를 넘지 않는, 손바닥 두 개 정도에 불과한 그림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감상이 달라진다. 화면을 거의 덮을 만큼 큰 붓자국 덕분에 한 번의 붓질이 하늘과 바다, 집이 된다. 그 사실을 눈앞에서 느끼는 순간, 엽서 같던 그림은 갑자기 넓어 보이기 시작한다.
갈라스의 그림들은 모두 주제가 비슷비슷하다.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의 집, 해안, 꽃 등이 반복된다. 구도도 대부분 엇비슷하다. 그래서 비평가들은 갈라스를 평생 비슷한 주제를 그렸던 폴 세잔(1839~1906), 조르조 모란디(1890~1964) 같은 화가들과 비교하곤 한다.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갈라스는 “같은 주제라도 새롭게 그릴 것들은 늘 남아있다”며 “대상에 생명을 불어넣을때까지, 끝장을 낼 때까지 그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집은 현실과 미묘하게 다르다. 갈라스의 집 그림에는 사람이나 가구가 없고, 문이나 창문조차 없을 때도 있다. 비평가들은 이 빈 집에서 미국 사회의 불안, 소속감의 상실 같은 것을 읽어낸다. 갈라스는 “내 불안이나 트라우마를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해석은 보는 사람의 자유”라며 “관객들이 각자 느끼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작지만 붓질은 크다. 갈라스는 물감이 마르기 전 젖은 표면 위에 계속해서 덧칠하는 기법으로 그림을 완성한다. 그는 “그림을 더 크게 그려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내 그림은 작을 때 더 아름답다”며 “최근 들어 그림 크기가 더 작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갈라스는 한국 관객들에게 “이 그림들을 특정 장소가 아닌 하나의 그림으로서 만나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잉글랜드에 가본 적 없는 한국 관객이라도, 물감이 만들어내는 빛과 질감 그 자체를 즐겨달라는 뜻이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