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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강단 위의 MZ, 식탁 앞의 우리
조영상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영어 발표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유창해서 고개를 숙이고 자료집을 뒤적이다가 ‘어, 북미권 외국인이 발표하나?’ 싶어 강단을 올려다보면 국내 타 병원 전공의가 발표 중이어서 놀랄 때가 꽤 자주 있다.
슬라이드와 내용, 언어까지 탄탄하게 준비했는데, 정작 마이크를 잡는 순간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청중과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실력은 갖췄지만, 아직 그 실력을 자신 있게 드러내길 어려워하는, 그 특유의 긴장감. 무대 위와 무대 아래의 온도 차가 느껴지는 순간, 나는 오히려 그 장면이 더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긴장감은 학회가 끝난 뒤 식사 자리에서 시작된다. 삼삼오오 자리를 잡는 와중에, MZ 의사들은 자연스럽게 자기들끼리 모인다. 굳이 선배 옆을 피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쩌다 보면 테이블이 이미 세대별로 나뉘어 있다. 처음엔 ‘요즘 애들은 왜 저러나’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 역시 전공의 시절 교수님 옆자리에 자진해서 앉은 기억이 별로 없다. 다만 그때는 누가 앉으라고 하면 총알처럼 달려갔고, 지금의 MZ세대는 앉으라고 해도 어색해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술자리는 더 난감하다. 잔을 권해볼까 하다가도 먼저 멈칫하게 된다. ‘혹시 이 행위 자체를 강요로 받아들이면 어쩌지?’, ‘불편하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 결국 눈치를 보는 쪽은 선배인 나다. 나 역시 MZ세대 어딘가에 걸쳐 있는 세대고, 언제부터인가 권위는 내려놔야 한다고 배웠는데, 정작 어디서부터 어떻게 내려놔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조심하는 것과 눈치 보는 것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여전히 그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도 선배 옆자리가 싫은 게 아니라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발표 슬라이드에는 AI가 어느 정도 정답을 제시해주지만 식탁 위 첫 한마디에는 그런 정답이 없으니 말이다.
강단 위의 완벽함을 만드는 것이 기술이라면, 식탁 앞의 어색함을 풀어내는 것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그리고 그 첫 한마디를 누가 먼저 꺼낼지. 그 해답이야말로 AI가 대신 써주지 못할, 우리 모두의 진짜 숙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