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도 놀란 반도체 호황…중동전쟁 충격파 눌렀다
1분기 'GDP 서프라이즈'
전분기 대비 1.7% 증가
한은 전망치 0.9%의 두 배
수출이 성장률에 1.1%P 기여
2분기부터 전쟁 영향 본격 반영
무디스 "성장세 둔화할 가능성"
전분기 대비 1.7% 증가
한은 전망치 0.9%의 두 배
수출이 성장률에 1.1%P 기여
2분기부터 전쟁 영향 본격 반영
무디스 "성장세 둔화할 가능성"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은 23일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1.7%를 기록하며 예상치인 0.9%를 두 배 가까이 웃돈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이란 전쟁의 충격으로 고전했으리란 예상과 달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서프라이즈’ 수준의 증가세를 나타낸 건 한국 경제의 엔진 반도체 추동력이 중동발 하방 압력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다.
◇중동戰 충격, 3월 말 열흘치만 반영
한은은 반도체 제조업 한 개 업종이 1분기 성장률의 55%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1.7% 성장률 가운데 0.9%포인트가량이 반도체 덕분이었다는 얘기다. 세부 통계에서도 반도체의 압도적인 성장 기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생산 측면에서는 광공업의 성장 기여도가 1.1%포인트다. 그중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 기여도가 1.0%포인트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비스업과 건설업이 0.2%포인트씩 성장률을 밀어 올렸다.지출 측면에서도 반도체가 주도하는 수출의 기여도가 1.1%포인트였다. 올해 1분기 수출은 2193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3분의 1이 넘는 784억달러가 반도체 수출이었다.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내수가 나머지 0.6%포인트를 차지했다. 경제 주체별 기여도에서도 정부는 ‘제로(0)’인 반면 민간 기여도는 1.7%포인트였다.
반도체 특수는 설비투자가 4.8% 늘어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제조용 설비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우려하던 중동 전쟁의 여파는 크지 않았다.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3월 하순까지는 중동산 원유와 나프타를 싣고 호르무즈해협을 떠난 선박이 국내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1분기 90여 일 가운데 중동 전쟁의 영향이 나타난 것은 3월 하순의 열흘 정도”라며 “전쟁 발발 이후에도 반도체 등 수출은 계속 호조세를 이어갔고, 신용카드 사용액 등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년 4분기 경제가 0.2% 역성장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1분기 성장세로 2~4분기 하락 방어”
한은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2분기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밝히지 않았다. 이 국장은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과 반도체 수출 호조, 정부 정책(전쟁 추가경정예산안) 등 긍정적 영향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크냐에 따라 2분기 성장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웃돈 만큼 2분기 우리 경제가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2분기에는 1분기 큰 폭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동 전쟁 영향 본격화 등이 중첩되며 전분기 대비로는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유가 상승 압력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이 경기 회복 흐름에 부담을 주면서 2분기 성장세가 다소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연간 성장률이 3%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은 3.0%, 씨티는 2.9%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는 2.2%였다.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4.6%)을 제외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3%를 넘은 건 2018년(3.2%)이 마지막이다.
정영효/남정민 기자 hugh@hankyung.com